brunch

매거진 4CU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 Uye Oct 20. 2017

무게를 잴 수 없는 바구니

엄마와 나의 서로 다른 장바구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 보다. 계획에 없던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옷이 담긴 종이봉투가 가볍게 흔들릴 때마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참을 수가 없다. ‘충동구매’를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되뇌며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나보다 앞서 가는 아주머니 손끝에 시선이 갔다. 그의 양손에 들린 장바구니가 무거워 보였다.



나도 장바구니가 있다. 자주 가는 쇼핑몰마다 걸려있으니 꽤 여러 개다. 이 바구니는 속이 깊지도, 손잡이가 달려있지도 않아서 직접 들 일이 없다. 클릭 한 번이면 집까지 배달해주는 이 간편한 쇼핑을 뒤로하고 엄마는 꼭 시장에 가신다. 장에 다녀온 날이면 엄마의 초록색 장바구니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묵직한 장바구니는 마치 작은 시장 같다. 그 안을 뒤적거리면 사과, 고등어, 돼지고기, 두부, 양파, 상추, 대파 등이 손끝에 걸린다.



어렸을 적엔 내가 좋아하는 과자 개수로 장바구니를 평가하곤 했다. 꽉 찬 장바구니가 다 주고도 더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쏙 빼닮은 것을 모르고. 신선한 내음이 가득한 장바구니는 가장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의 바람이 담겨있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오랜만에 들른 시장. 형형색색 장바구니가 눈에 띈다. 내 눈엔 그저 짐인데, 한 아름 채워서 집에 돌아갈 생각에,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일 생각에 무게를 느끼지 못할 그 마음을 내가 헤아릴 수 있을까. 돌아가는 길에 엄마를 닮은 예쁜 사과를 한 봉지 사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는가, 무엇을 보지 못하는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