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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Uye Oct 20. 2017

밥 한 그릇의 의미

밥은 비우고 관계는 채운다

밥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온정의 대명사였던 꼬들꼬들 하얀 쌀밥은 뱃살의 주범이 됐고, 요즘은 식사를 대신하는 간편식이 대세다.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바보 같은 사람을 ‘밥’이라고 일컫기도 하고, ‘밥 한 끼 하자’는 말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인사치레가 됐다.




식사 풍경도 달라졌다. 혼자 끼니를 때우는 혼밥족이 흔해졌다. 이렇듯 혼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상태를 ‘관태기’라고 부른다. 인맥을 관리하고 새로운 사람과 관계 맺는 것에 권태를 느끼는 사람들은 SNS처럼 가벼운 관계만을 즐기고 있다. 한 손엔 숟가락을 들고 나머지 한 손엔 스마트폰을 들고 ‘좋아요’ 버튼을 클릭하는 내 모습이기도 하다.





SNS 친구들은 점심 메뉴를 고르듯 관계를 선택하고 차단한다. 그러나 우리는 살면서 혼자만의 취향에 따라 인간관계를 선택할 수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 먹는 식사가 맛을 더해주기도 하고, 때론 상대방을 배려해 먹기 싫은 것도 먹어야 한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연약한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밥그릇은 비워야 채울 수 있듯 우리의 마음도 비워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관계도 마찬가지. 나를 비우고 너를 채웠을 때 관계가 주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SNS로만 안부를 주고받았던 오랜 친구에게 밥 한 끼 하자고 연락해야겠다. 따뜻한 밥그릇을 마주하며 관계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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