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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Uye Oct 20. 2017

실패한 자소서

좌절해도 무너지지 않을 이유에 대해


남도 아니고 내 얘기인데 자기소개는 늘 어렵다. 딱히 내세울 점이 없는 건 둘째 치고 나는 고등학교 이후 전공을 무려 세 번이나 바꿨다. 심지어 지금은 전공과 전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 어떻게든 잘 엮어보려 해도 어째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품에 안은 고등학생처럼 심장이 쿵쾅거리고 등에서 굵은 땀이 흘렀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일과 약속이 쉽게 어그러지듯 사랑도 우정도 꿈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었다. 실패의 이유가 자의인지 타의인지 분간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실패가 곧 나 자신이 된 후였다. 기대한 만큼 좌절감은 컸다. 그래서 나는 희망이 부풀어 오를 때마다 이를 자제하려 애썼다.    





좌절이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됐을 때의 결과이다. 이는 종종 예견되기도 하는데 노령화, 경제적 위기로 인한 실직, 경기 침체 등 퍽퍽한 삶을 예고하는 기사 덕분이다. 좌절과 마주하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꺾였다. 붙들어야 할 희망은 오히려 고문이 됐다. 허나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나는 매번 같은 기로에 놓였다. ‘무너질 것인가, 나아갈 것인가.’    





과거에 그랬듯 앞으로 나는 실패를 수없이 반복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아무리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좌절은 자기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며 최상의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실패를 부끄러워하기보다 그때마다 지혜를 구하고 싶다. 넘어지지 않았다면 놓쳤을 뻔한, 넘어져야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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