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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Uye Oct 26. 2017

[직장인 일기] 나는 왜 폴댄스에 빠졌는가

폴댄스 꿈나무의 폴댄스 무한 추천기

첫 만남

폴댄스를 처음 접한 건 2014년 여름이었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나는 학기 중에 불어난 살을 빼기 위해 방학의 안일함에 젖어들지 않고 용감하게 안양 한 폴댄스 학원에 수업을 등록했다. 재즈댄스, 현대무용, 탭댄스, 걸스힙합, 스포츠 댄스 등 나름 '춤 좀 췄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이런 기예에 가까운 것도 춤이라고 부르다니, 내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처음엔 무지 당황했더랬다. 폴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는 사람들 뒤로 아등바등 몸부림치는 내가 있었다. 스스로도 꽤 굴욕스러운 풍경이었지만 효과는 있었다. 약 한 달 반 동안 3kg이나 빠진 것. 학교에 돌아가니 원우들이 왜 이렇게 홀쭉해졌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그들의 사소한 걱정은 얼마 가지 않았다. 나는 허리 통증이 심해서 폴댄스 수업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다시 시작하다(Feat. 저질체력)

이후로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다니며 허리 치료를 받았다. 시술도 받았다. 조금씩 나아졌다. 하지만 허리 핑계로 몸을 움직이지 않았더니 또 불어난 몸집. 내겐 꽤 익숙한 살들이라 딱히 걱정되진 않았지만 이제는 외관보다 체력이 문제였다. 조금만 걸어도 헉헉거리는 이 가난한 체력을 어찌하리오. 대학원을 졸업한 후로 직장인의 쓴맛을 겪고 나니 따로 짬을 내서 운동을 한다는 거 자체가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그래도 역시 운동이 답이라 결론짓고 헬스장을 검색했다. 그리고 이내 답답해졌다. 계속 제자리걸음뿐인 러닝머신, 아무리 밟아도 앞으로는 1cm도 나아갈 줄 모르는 사이클, 그곳에 드나드는 표정 없는 사람들. 결국 헬스장 등록을 접고 다시 검색했다. '안양 폴댄스'


폴댄스란?

처음에 폴댄스를 배웠던 학원이 없어져서 나는 범계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폴댄스란 댄스 및 체조의 일종으로 수직 기둥을 활용해 유연성과 근력을 구사하며 오르내리기, 스핀, 거꾸로 서기 등을 조합한 춤이다. 춤과 체조가 결합된 공연의 형태로 보아도 무방하다. 폴댄스는 근력 강화에 효과적이며 주로 전완근과 광배근 등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어깨, 복부 근력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 폴댄스는 이그조틱, 맨 폴, 차이니즈 폴 등 장르 또한 다양하다.  댄스 폴은 고정여부에 따라 고정 폴, 회전 폴, 흔들 폴 등이 있으며 크롬 폴, 스테인리스 스틸 폴, 동 폴, 티타늄 폴, 실리콘 폴 등 재질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나는 폴댄스 수업에서 배운 동작들을 꼭 찍어서 운동일지 식으로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올리는데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꼭 그렇게 벗고 해야 하는 거야?"

그런 질문이 얄미워서 "내가 원래 시원하게 입는 걸 좋아해서"라고 대꾸하기도 하지만 사실 폴은 피부 마찰력을 이용한 동작들이 대부분이기에 의상이 짧고 간편한 편이다. 요즘에는 긴바지처럼 나오는 실리콘 소재의 폴 웨어도 판매되고 있다.


내 마음대로 정해본 폴댄스의 장점


1. 정신건강에 좋다

폴에 빠지 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남자 친구와의 결별이었다. 이별 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기분을 잠재울 길이 없어 고민하다가 주 1회 수강했던 레슨 횟수를 2회, 많게는 3회로 늘렸다. 40분가량 스트레칭과 웨이트 운동(폴댄스는 코어가 가장 중요한 운동이기 때문에)을 마치고 나머지 40분 동안 폴 동작들을 수련했다.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정말 신기하게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전신운동답게 상쾌함도 컸다. 후에 검색해보니 종종 정신과 의사들이 우울증 환자들에게 이 운동을 권한다고 하더라.

기분이 상쾌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성취감에 있다. 그동안 눈으로만 담아왔던 아름다운 동작을 어설프게나마 해냈을 때의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폴에 쓸리고 살끼리 쓸리고 유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몸을 접고 펴고. 그동안의 모든 수고가 잊히는 기쁨이다. 이런 몇 번의 성공 경험이 쌓여 일상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삼십춘기를 맞아 자주 좌절하곤 하는데 폴한번 타고 오면 더욱 단단해진 나를 발견한다. '끝까지 하다도면 언젠간 되겠지.'라는 덤덤함이 생긴 것 같다.


2. 탄탄한 몸

역시 폴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다이어트에 좋다는 점이다. 꼭 굶지 않아도(오히려 굶으면 배가 고프고 힘이 부족해서 폴을 탈 수 없다) 몸매 라인이 예뻐지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 나도 폴을 타면서 3개월 동안 약 4kg 정도가 빠졌으니 엄청난 효과다. 또한 폴댄스는 완벽한 무산소 운동이기 때문에 근력이 향상된다. 근육량이 오르면 기초대사량이 높아 활동 시에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다.  

또 셀룰라이트로 울퉁불퉁했던 허벅지와 뱃살에 탄력이 생겼다. 나는 마른 타입은 아니어서 특히 하체에 살이 꽤 있는 편인데 여전히 두껍긴 해도 확실히 탄탄해 보인다. 안타깝게도 요즘 간식과 야식을 줄이지 못해 다시 흐물흐물해졌지만.


3. 재미있다

헬스가 지긋지긋한 사람이라면 폴댄스를 강추한다. 물론 실패에 실패를 거듭할 땐 답답한 마음도 들지만 어쨌든 몸을 계속 사용하면서 유연성과 근력이 좋아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고 음악과 함께 움직이는 운동이기 때문에 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즐겁다. 나는 폴 피트니스 수업뿐만 아니라 랩 댄스 형태의 폴댄스라든지 스피닝 폴 수업을 고루 섞어가며 듣는다.

폴댄스 수업을 들으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해야 할 일은 유연성을 기르고 근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유연성이 좋지 않아도 폴댄스 동작들이 가능하긴 하지만 좀 더 아름다운 포즈를 위해서는 유연성이 필수다. 그래서 집에서 TV를 보면서 다리를 찢거나 폼롤러 등의 소도구를 이용해 근막이완을 시켜주고 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폴댄스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다.


이렇게 말이 길어진 이유는 폴댄스가 널리 알려져 내 몸을 가꿔가는 이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나저나 이번 주에는 폴 레슨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기약 없는 야근과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야구 덕에.



인스타그램 @kimuy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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