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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Nov 01. 2017

연탄시인의 산문집, 그런 일

시를 대하는 마음으로 대상을 마주한 14년간의 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재를 보며 발견한 희생적인 사랑의 가치를 간결하게 담아낸 시 <너에게 묻는다>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시인 안도현이 이번에는 산문집 『그런 일』로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시인을 핍박하는 시대가 한 굽이 돌 때까지 시를 쓰지 않겠노라 절필을 선언한 그의 글이 참으로 반가운 순간이다.


시인의 생애로 되돌아보는

『그런 일』은 저자가 지난 14년에 걸쳐 써온 산문들을 모은 것으로 글을 쓰는 일, 마음을 보내는 일, 시를 읽는 일,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독자는 저자가 거쳐 온 그간의 세월을 철도 삼아 전교조 해직교사로, 전업 문인으로, 교수로 옮겨온 시인의 생애를 여행하며 때로는 그보다 훨씬 이전 시대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저자가 북한에 방문한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2003년 여름 평양 스케치’ ‘평양에 사과나무를 심은 뜻’ 등은 분단된 조국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한다. 저자는 평양의 김은숙 씨, 북의 오영재 시인 등 북에 있는 동포에게 직접 전할 수 없는 이야기를 편지글로 작성했다. 이는  한 민족임에도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할 수 없는 처절한 상태에 대한 부르짖음이며 동시에 통일에 대한 저자의 의지이다. 그의 외침은 독자로 하여금 어쩌면 무감각했던 민족 분단의 아픔을 되돌아보게 한다.    





연탄시인 안도현의 고통과 고뇌

『그런 일』은 저자가 독자에게 전인격적으로 호소하는 시를 생산하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본문은 저자가 등단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너에게 묻는다> 등 다수의 작품을 어떤 자리에서 어떤 심경으로 썼는지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이외에 저자가 틈틈이 기록한 시작 노트, 수상 소감문 등에서 독자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평범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울러 각각의 시편들이 전문 인용됨으로써 독자에게 한 권의 시집을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저자는 사랑한다는 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직설이 아닌 은유적 대화를 회복하라며 시 읽기를 권한다. 은유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밀어내지 않고 곁에 두는 부드러운 마음의 기술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시를 쓰듯 말 하나에 목숨을 거는 열정으로 담아낸 그의 산문집으로 일상의 특별함을 함께 발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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