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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Nov 01. 2017

진짜 낭만을 원한다면

21년 만에 출간된 알랭 드 보통의 장편소설

알랭 드 보통이 『키스 앤 텔』 이후 21년 만에 장편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행나무, 2016)을 발표했다. 전작들이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사랑의 딜레마를 그렸다면 이번 소설에서는 결혼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다.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대해 무엇이라 말할까. 에든버러 평범한 커플의 이야기로 대신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보통 사람들의 러브스토리

로맨스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사람들은 언제나 진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을 꿈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는 소설, 드라마, 영화 속 허구의 인물들을 마주할 때면 현실과는 너무 다른 풍경에 어쩐지 더 슬퍼진다.

여타 소설들이 ‘결혼’을 영원한 사랑의 마침표로 대신하는 것과 다르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결혼을 시작점으로 사용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라비와 커스틴의 만남은 여느 연인들처럼 운명적이고 강렬했지만 결혼 그 후 생각하지도 못했던 고통이 그들 사이를 갈라놓기 시작한다. 결혼 후 섹스에서 이전 같은 스릴을 느낄 수 없고, 자신의 생활 습관을 서로에게 강요하거나 당한다. 자투리 시간이면 아이들을 돌보거나 집안일을 해야 하는 등 좀처럼 자신만의 시간을 주장할 수 없다. 알랭 드 보통은 낭만적인 연애 후 일상을 마주한 두 남녀의 심리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불안, 두려움, 취약함 등 인간의 연약한 모습을 낱낱이 드러낸다.    





그렇다면 진짜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두 주인공의 치열한 러브스토리 중간 중간에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지적 위트와 섬세한 통찰력이 담긴 에세이를 더했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을 심도 있게 다루는 동시에 영원을 약속한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어려움이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잘못된 통념에서 비롯됐음을  꼬집는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사랑이나 결혼에 대해 특별한 깨달음을 선사하지 않는다. 우리의 자아와 무척 닮은 이야기는 연인 간에 서로를 괴롭힌 이유, 즉 상대에게 바라기만 했던 자신의 연약한 내면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또 우리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결혼이라는 범주 안에서 함께 현실을 헤쳐나가 진짜 낭만을 만날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는다.

몸도 마음도 얼어붙은 이 겨울, 차를 마시듯 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천천히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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