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해를 보내며
밥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온정의 대명사였던 꼬들꼬들 하얀 쌀밥은 뱃살의 주범이 됐고, 요즘은 식사를 대신하는 간편식이 대세다.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바보 같은 사람을 ‘밥’이라고 일컫기도 하고, ‘밥 한 끼 하자’는 말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인사치레가 됐다.
식사 풍경도 달라졌다. 혼자 끼니를 때우는 혼밥족이 흔해졌다. 이렇듯 혼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상태를 ‘관태기’라고 부른다. 인맥을 관리하고 새로운 사람과 관계 맺는 것에 권태를 느끼는 사람들은 SNS처럼 가벼운 관계만을 즐기고 있다. 한 손엔 숟가락을 들고 나머지 한 손엔 스마트폰을 들고 ‘좋아요’ 버튼을 클릭하는 내 모습이기도 하다.
SNS 친구들은 점심 메뉴를 고르듯 관계를 선택하고 차단한다. 그러나 우리는 살면서 혼자만의 취향에 따라 인간관계를 선택할 수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 먹는 식사가 맛을 더해주기도 하고, 때론 상대방을 배려해 먹기 싫은 것도 먹어야 한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연약한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밥그릇은 비워야 채울 수 있듯 우리의 마음도 비워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관계도 마찬가지. 나를 비우고 너를 채웠을 때 관계가 주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SNS로만 안부를 주고받았던 오랜 친구에게 밥 한 끼 하자고 연락해야겠다. 따뜻한 밥그릇을 마주하며 관계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