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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Uye Nov 08. 2017

내가 커피 한 잔에 변할 사람 같소?

저는 커피 가격 따위로 저를 표현하지 않습니다만

한동안 끊었다가 다시 시작한 지 꼭 한 달째다. 따끈하게 넘어가는 인스턴트커피 한 잔은 어쩌다 잠깐 주어지는 사이사이에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아닐까 싶다. 종이컵에 커피, 설탕, 프림 등이 가득한 커피 봉지를 탈탈 털어 넣고 뜨거운 물을 적당히 부어 휘휘 저어주면 끝. 진한 단내를 맛봐야만 식사가 끝난다.

나는 오늘도 점심식사를 마치자마자 종이컵을 뽑고 인스턴트커피 봉지를 뜯었다. 빵이나 과자에 찍어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진하게 마시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물 양 조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누군가 내 뒤에서 이렇게 툭 던졌다. “어머 스타벅스 커피만 마시게 생겼는데 맥심도 타 먹고 어색하네. 유례 씨가 이렇게 털털한 구석이 있는지 몰랐어.”

나도 안다. 단지 친근함을 표현하고 싶었겠지. 혹은 흔히들 말하는 '된장녀'가 아니라고 자기 딴엔 나름 나를 칭찬하거나 배려하는 멘트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서 인스턴트커피가 털털함을 대변한단 말인가. 인스턴트커피는 하루에 한잔만 마시고 프랜차이즈 커피는 두세 잔씩 사 먹는 난, 맛있는 드립 커피를 맛보려고 왕복 두세 시간 거리도 오가는 난, 털털하면서도 까칠한 어떤 괴상망측하고 복잡한 인간인 걸까.

단단히 묶은 신발끈처럼 우리들은 서로 연합할 때 생각지도 못했던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개인 취향은 묶어야만 하는 무언가가 아니다. 묶일 필요가 없고 애초에 묶이지도 않는다. 습성이나 관습 등을 기준으로 이쪽 또는 저쪽으로 누군가를 구분 짓는다는 건 '망상'일뿐이다. 시그니처 메뉴 두 잔만 더 마시면 2018년도 다이어리가 내 손에 들어온다. 내일은 아침부터 달달한 토피넛 라테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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