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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시절의 소소한 즐거움

독일 유학시절, 스페인 친구 집에 방학을 맞아 놀러갔었다.

수줍음 많은 독일 남자들 사이에서

수줍음 많던 나는 기숙사에 살면서도 서로 말도 한 번 제대로 해 본적 없고

학교에서는 여자친구들하고만 지내서 ^^


스페인에서 정말로 많은 남정네를 구경 했지. (구경!!에 강조)


마침 도시 축제기간에 방문해서

참으로...지금까지 인생 통틀어서 잼나게 놀았던 기억이...^^ ㅋㅋ






당시에 (2000년대 초반)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전이라 (그러고 보니 나도 나이 참...쩝~) 디지털로 갖고 있는 건 요것밖에 없다.








**


바야돌리드라는 도시는 바스크지방의 소도시인데

북쪽지방이고, 바스트지역의 특성상 금발머리 애들도 꽤 많이 봤다.

내 친구도 금발, 사진에서 내 옆에 서 있는 아이도, 젤 오른쪽 아이도 금발

원래 바스트 지방 애들이 북쪽에서 온 애들이라서

혈통이 다르단다.


뭐 어쨌든 지금은 스페인이고

열정적인 스페인 맞더라....


함부르크에서 스페인까지 기차를 타고 갔는데

기차를 타고 가면서 북유럽~~~~남유럽까지 내려 오는데

자연풍경, 건축물, 인종이 달라지는게 신기했다.


금발, 파란눈, 파리한 피부의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더니

스위스 국경에서 물갈이가 싹 되면서

이태리 삘 나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타고

분위기도 약간 시끄러워지고...

우리나라에 온 것 같기도 하고 ^^


인상깊었던 것은 스페인의 풍경이었는데

정말이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춥고 습기찬 분위기의 북유럽 세상에서

이태리만 해도 유럽 분위기가 나다가

스페인에 오면 뭔가 동양적 정서 + 분위기가 분명 존재하더란 말이다.

아마도 아랍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거겠지


아름다웠다.

모래바람

붉은지붕의 집...

아련함이 돋았다.


그래, 그리고 바야돌리드 역에서 내리니

헐, 온 동네가 유적지더라.

유럽에 살면서 좋았던 것은 그냥 동네가 유적이였다.

양동마을, 하회마을에서 좋았던 것이 조상의 숨결을 그대로 느끼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참 부러웠는데....얘네들은 아예 그 속에서 사니까

내가 마치 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온 기분이 들었다는 거!


축제기간에 도시를 네구역으로 나뉘어 

파란색, 붉은색, 검은색,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다녔다. 우리구역은 파란색옷을 입어야 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친구들이 내가 입고 있던 옷을 벗기더니

저 옷을 주면서 내내 저 옷만 입고 살았던 기억이....


축제기간내내 사람들 모두 일손을 놓고

제 정신이 아니더라

덕분에 외국인이었지만 다 털어버리고

신나게 놀 수 있었는데

오랜만에 자유로움을 맛 보았었다.

그리고 북유럽에서 답답하고 숨죽인 삶...을 살다가

여기서 솔직해지는 기분이랄까? 감정을 내뱉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음식이 너무~~~맛있었다.

별거 없었는데 남쪽지방의 특성상

물고기, 과일, 야채 이런게 풍족해서....좋아좋아



다시 저 때로 돌아가라면 못 돌아가겠지만...

저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흐뭇~~하다.

맨 앞에 호루하기 불고 있는 녀석이 우리 조의 조장이었다.

호루라기 불면, 우리가 비바비바 에우스케라라고 외쳤는데

바스크의 스페인식 발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옷에 붙어있는 저 스티커에는 이름, 연락처, 주소가 써 있었는데

축제기간 동안 하도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자다보니

스티커에 써있는 주소로 데려다 주기도 한단다. ㅋ

실제로 거리에 사람들 나뒹굴고 있더라.


ㅎㅎ 재미났었지.

온 동네를 쏘다니고

춤추고, 투우도 구경하고, 노래 부르고 ^^


안뇽....my twenties




김작가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아직까지는 여기서만 가능해요, 2주 후 교보 알라딘, yes24 입점 


https://www.bookk.co.kr/book/view/127982/preview


책소개> 


조선의 별, 추사 김정희


〔추사에게 삶을 묻다〕


어느 날, 세한도가 내게 물었다.

"자네, 살아지는 삶을 살고 계신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계신가?”


추사가 말했다.

“삶은 만들어가는 것이지, 완성된 것이 아니네. 자네라는 사람은 동사형이지 명사형이 아니거든.”


***

마음 한 구석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듯, 나이가 들면서

계속 뜨거운 삶을 살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했다. 자꾸만 마음이 질문이 해댔다.

'어이, ○○○! 너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거야?'

인생의 알맹이가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동안은 삶에 치여 자신에 집중할 시간이 없었기에 자각하지 못했을 뿐.

이제야 여유가 생겨서인가 그간 살아왔던 것이

무엇을 위한 삶이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 생각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괴로웠다.

생각이 끊이질 않고 올라왔으니까.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바깥풍경이 세한도를 닮아있다고 느꼈다.

나는 추사의 화첩을 꺼내들어 세한도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법처럼 그림 속 세상으로 들어가 추사를 마주했다.


현실 같은 꿈인지, 꿈같은 현실에서 그에게 질문을 했다.

작품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궁금했던 건 그의 삶이었다.

죽음의 위기 속, 처절한 삶 속에서 빚어낸 아름다움, <세한도>

두 번의 유배 후, 초월의 경지에 이르렀던 <불이선란도>

그라면 내 삶의 의문을 해소해 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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