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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하는 문화, 우리나라 문화

상생의 대한민국

과거의 우리 문화는 하나이면서 다변화가 가능한 문화였습니다. 마당놀이를 예로 들어볼게요. 서양의 오페라는 공연하는 사람과 관객이 구별되죠. 공연 도중에 흥에 겨워 노래가 끝나지 않았는데 박수를 친다면 그것은 굉장한 결례가 됩니다. 그런데 마당놀이는 어떤가요? 관객과 공연자가 구별이 안 될 정도입니다.

공연하는 사람이 원 밖으로 나와 관객을 안으로 끌어들이기도 하고, 관객이 스스로 원 안으로 들어가 공연자가 되기도 합니다. 옛날 우리 안방을 생각해보세요. 밖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다 추워서 엄마가 있는 안방으로 들어갑니다. 엄마는 방 추울까 봐 이불을 깔아 놓고 바느질을 하고 있죠. 그러면 아이는 엄마 등을 부비고 이불 속으로 쏘옥 들어가 한잠 자지요. 그렇게 한잠 자다 보면 어느새 저녁입니다. 그러면 그 이불을 걷고 상을 들여와 안방은 식사공간이 됩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식구들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수다를 떱니다. 때로는 옆집 아줌마가 마실 나오기도 하고요.

그때 안방은 순식간에 응접실로 변합니다. 그래서 생기는 것이 사람 사이의 정(情)이죠. 정(情)의 역할은 사람 사이의 윤활유, 그래서 그 어려웠던 농경사회를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요즘 1인 가족 시대가 늘었잖아요. 또 많은 현대인들이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죠. 그런 것들이 혼자 고립되어 살다 보니까 오는 병이잖아요. 도시에서 살지라도 우리나라 옛날의 공동체 문화를 되살릴 수 있다면 이런 현상이 줄어들 텐데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부모님 세대들이 시골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파트에 살아도 공동체 문화가 남아 있었어요.

친구네 집에 세배하러 가기도 하고, 엄마들이 아이를 서로 봐주기도 하고, 방학 땐 친구네 가족들과 여행도 가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반상회를 겸한 회식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안 그렇죠. 문제는 우리 세대인 것 같아요. 그래도 집에 아이가 있으면 아이를 매개로 하여 이웃집 사람들과 정보도 교환하고 아이들끼리 친구도 되면서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되는데 혼자 사는 분들은 그런 것들을 해결하기가 어렵죠.

전문화, 분업화 현상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다만, 하나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현상이 생길까 봐 염려하는 것이죠. 또 그동안은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과거의 우리 문화에서 좋은 점을 뽑아내 현실에 구현해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60년대 이후 우리나라 사회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물질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면 이제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우리나라의 좋은 문화를 되살리자고요. 왜냐하면 그 문화 속에 현대사회가 가지는 각종 문제의 답이 들어 있으니까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우리나라 문화의 특징은 자연 친화적이고,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문화였죠. 또 검소하면서도 넉넉함이 있는 실용적이면서도 격이 있는 문화를 가졌고요. 서양의 지식인들이 현대사회의 병폐를 고치기 위해 동양의 정신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물질주의의 극단까지 갔던 그들이 해결책을 동양문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쯤에서 시선을 돌려 그동안은 물질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단계였다면 이젠 우리의 장점인 자연 친화적인 문화, 공동체 문화, 합(合)의 문화를 되살려 서로 조화롭게 버무린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공동체 문화를 통해 도시사회에서 부족한 정(情)을 되살려 끊어진 개인과 개인과의 관계를 잇고, 경제발전을 위한 명목으로 파괴된 자연을 조상님들의 자연 친화적인 정신을 되새겨 발전을 하더라도 지속가능한 발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술이나 놀이문화도 주객이 구별되던 것에서 잘하지 않아도 모두가 어울려 즐길 수 있는 문화도 만들어 내고, 소비하는 생활 패턴에서 생산하는 패턴으로 바꾸어보고요. 그것이 모두가 잘되는 상생의 길이 아닐까요?

출처: 세계최초군주혁명가, 정조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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