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귀촌, 틈틈이 일기를 썼습니다. 지난 내용이지만 브런치에 올립니다. ^^
오늘은 넝쿨장미 심는 날 (4월5일 일기)
식목일인 어제 넝쿨 장미를 심었다.
별 생각 없이 테두리 처럼 심으면 좋겠다는 의도 였는데
한 두사람씩 이건 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냈다.
장미가 한겨울에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이 곳에서 잘 견딜 수 있을까 부터 시작해서
장미는 양지 식물인데 음지인 이 곳에서 자랄 수 있을까 등등.
그러다가 실제로 식물과 대화를 나누는 분에게 - 아는 분이다.
전화를 걸어보았다. 혹시 얘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냐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반 사람들은 이런 대화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그래도 꽤 심각한 문제이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며 사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이 곳에서
인간만을 위한 시각을 바꾸어
식물 되어보기
동물 되어보기
그러니까 고개를 숙이고 생각을 낮추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혹은 그 동물의, 그 식물의 입장이 되어 보지 못하면
이해를 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영어로도 이해란 Understand가 아니던가...
장미와 대화를 했다는 그 분이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왔다.
이곳에 오게되어서 반갑다.
그런데 지금 심어진 곳은 좀 음지라 양지바른 곳에 옮겨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꽃, 그 중에서도 장미가 이렇게 각광 받는 이유는 그 아름다움 때문인데
아름다움은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되는 것인데
사람들이 그 노력을 안다면, 자신들에게 좀더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 보아 줄텐데...
그리고 넝쿨 식물이라 지지대를 세워주면 더욱 좋을 것이고
꽃은 물론 모든 식물들이 그렇지만 교감을 중요시 한다고 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그랬는데
사실은 꽃도 그런가 보다. 교감! 가슴을 울리는 단어였다.
식물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그 분의 메시지 - 물론 반신반의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믿는다. 정말 그 식물이 말했다고 믿는다.
히~ 그래서 오늘 다시 옮겨 심기 작업을 했다.
양지바른 곳을 찾아서...
그리고 머리를 이리저리 맞대어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다가
원형지지대를 세워 장미정원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장미 모종을 세로로 길게 두줄씩 심었다.
호미로 구멍을 파고 장미를 심는 그 과정
심으면서 장미에게는 잘 자라야 한다고 말하고
옆 사람과 재잘재잘 떠들면서...
햇살도 좋고, 마음도 평화롭고
이런게 천국인가 싶었다.
실제로 장미와 대화를 나누진 못하지만
심는 내내 웃음이 나오는 것이
그들도 마음이 있고 즐거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 심고 우리들은 장미길을 거닐었는데
이상하게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왜일까?
시원한 공기가 장미 사이사이를 휘둘러 감싸고
하늘이 세상이 바람이 우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상상? ^^
뭐 어떠리. 그런 상상이라면...
그리하여 그 장미의 길은 치유의 길이라 명명 짓고
우리들은 - 특히 남자들과 아이들이 - 자주 가서
장미와 교감하고 이야기도 나누기로 했다.
흠...내가 왠지 나의 작은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가 된 기분이다.
제제는 정말로 밍기뉴와 대화를 했겠지?
장미들은 오늘 이사를 와서 피곤하겠지만
마음은 즐거울 것이다.
잘자 장미들아...
그리고 땅이여.
< 넝쿨장미 사진이 없네요. 마을에 있는 다른 꽃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