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리버피닉스 - 허공에의 질주

배우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에 봤던 영화가 허공에의 질주이다.

20대 초반에 이 영화를 처음 보았다.

아마 주말의 명화 같은 프로그램이었을 테다.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봤다가

다음주 내내 그 여운에 취해 비디오로 빌려보고

또 빌려보고 했던 영화이다.


아무런 기대 없이 영화를 보다가 의외의 수확을 낳을 때가 있는데

허공에의 질주가 바로 그 중의 하나이다.


컴퓨터 안에 앉는 순간 나의 급한 마음이 멈추질 않는다.

무언가를 포스팅 할 때에는 줄거리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영화에 대한 감상 이런 순서로 써나가야 하는데

마구 이야기를 쏟아 내고 싶은 마음은 기, 승, 전, 결을 무시하고 만다.

독자와 만날 때에도

상대방과 이야기를 할 때에는

적당한 템포와 조절로 이뤄나가야 하는데

감정 제어가 어려운 나는 뭔가를 포스팅 하는데도

이렇듯 마음 공부를 하게 된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먼저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


베트남전에 반대하던 두 부부 (애니와 아서포프)는

젊은 시절 민간인에게도 투하하던 네이팜 탄 생산을 막기위해

군사 실험실을 폭파합니다. 그리고 예기치 않게 희생자가 등장하게 되자

그때부터 두 부부는 도피생활을 시작합니다. 2살짜리 아들 (마이클)과 함께

그 사이 막내아들도 태어나고 15년이란 세월이 흐릅니다.




눈 색깔, 머리색깔 그리고 이름조차도 수시로 바꾸며 유목민 같은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가족. 서로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부서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들의 가족 관계는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 짓게 합니다. 밖의 세상은

언제라도 그들을 갈라 놓을 수 있기에 그들은 항상 긴장을 놓지 않고 살아가야 하지만

서로의 사랑을 견고하게 키워 갑니다.


그들의 첫째 아들은 그래서 인지 나이에 비해 성숙합니다.

10대 아이들에게 볼 수 있는 반항기도 그리고 들끓는 에너지도 침잠해 있습니다.

아니 억지로 안으로 삭히는 듯한 모습

리버 피닉스는 그 상황에 처해있는 10대의 모습을 매우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마치 현실 속에서 툭 튀어나온 사람처럼.

아마 그의 생활과도 맞물려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어린 나이에 가족을 다 책임져야 하는 상황



그의 여자친구 로나 대사가 이런 그의 상황을 잘 표현해주는 듯 합니다.

때로는 넌 굉장히 진지하지만 어떨 때는 어린애 같아.

항상 도망 다녀야 하며, 부모님이 가진 짐을 덜어 주려 하고, 자신의 욕망을 절제 해야 하는 그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이 힘들 때는 그도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나오나 봅니다. 보통은 그가 그렇다는 것을 잘 모르지만 인간적으로 그에게 접근하는 로나는 이런 점을 금방 파악했겠죠.



허공2.jpg




만약에 그에게 음악이라는 탈출구가 없었더라면

마이클은 그 상황을 견디기가 힘들었을 테지요.

그는 엄마에게 불려 받은 음악적 재능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꿈을 피우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죠.

이제까지는 그럭저럭 지냈으나, 독립의 시기를 앞둔 17세의 여름에는

방황하고 맙니다. 게다가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생기고…


처음에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영화의 아름다움과, 음악과, 또 리버 피닉스의 연기와 아름다운 외모에 취해서

한동안 그것 밖에 보질 못했습니다.

이제 30이 되어 보는 이 영화에는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 했습니다.

좀 강한 캐릭터로 나와 거부감을 주었던 아버지

가족을 단단하게 결속시키기 위해 강인한 어머니

진지한 캐릭터들 사이에 나오는 귀여운 막내




어머니가 세월을 흐름을 뛰어 넘어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에서

저는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그때 신시아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젊은 시절 그녀는 피가 들 끓는 바르고 바른 음악도 였겠죠

그때 저지른 일에 부끄럽지 않은 그녀이지만

어머니로서의 그녀는 자신의 일만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무척 자존심이 세었을 그녀였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그를 보며 세상의 아버지의 마음은 다 같겠구나. 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영화의 감동장면 두 번째


신시아의 생일날 음악에 맞추어 온 가족이 춤을 춥니다.

그 장면이 왜 이리 애처롭던지…

이 가족의 위태한 상황 속에서

서로를 사랑하고 지지해 주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여서 열까요

이 장면에서도 또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아버지는 압니다. 겉으로는 냉정한 척, 강한 척 해도, 아버지 아닙니까.

아들을 보내주어야 함을 압니다. 하지만 곁에 데리고 있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었을 겁니다. 지금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 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트럭에서 내려 가라라고 하는 아버지의 눈빛, 차 안에서 안녕이라고 외치는 동생

그리고 마음은 울지언정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어머니…

맑은 파란눈을 흔들거리며 가족을 바라보는 마이클…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납니다.


**


영화의 감독은 24년생의 시드니 루멧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영화 분명 여성이 만들었을 거야.

여성이 아니라면 젊은 사람이 만들었을 거야. 하고 생각했더랍니다. 저는 시드니 루멧이라는 감독이 유명한 분인 줄 몰랐습니다. 아, 그런데 24년생이시면 88년에 64살 이셨을텐데 어찌 그런 연출을 하셨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스런 연기를 해주었던 리버 피닉스.

10대 시절 그의 영화를 보면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잘하나 하고 감탄을 하고 봤었는데

작가가 된 지금 그의 영화를 보며 느끼게 된 점은


배우들이 연기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연기가 아니라 그 순간은 진심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게 반영된다고 말입니다.

리버 피닉스는 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고

또 테크닉 같은 것이 부족했다고 The mosquito coast에서 연출했던 감독이 말한 적이 있으니

그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었구나. 그냥 자신을 그대로 보여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연기를 잘 하는 배우는

사실 순수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본래의 자기 색은 투명한 사람. 백지 같은 사람.

그러니까 어떤 역할이 주어지면 그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동이 오래 가나 봅니다.


지나친 약물 중독으로 사망 했다는 리버 피닉스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순수하고 여렸을 것 같은 사람입니다.

차라리 불처럼 발산 했더라면 약에 의존하지 않고

좀 더 강하게 헤쳐나갔을 수도 있는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허공에의 질주~ 별 다섯개를 주고

제 인생의 영화 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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