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외국에서 조금 살았습니다.
캐나다와 독일이었는데요
90, 2000년대 초반의 우리나라 위상은 아직
세계적으로 덜 알려진 때였어요.
어린 저의 생각으로는, 그때도 이미 우리나라 대중문화가
캐나다나 독일 방송에서 보는 것 보다 더 재미있고
웃기고, 춤이나 노래도 훨씬 잘 춘다는 것을 알았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유행하는 춤이나 노래를 당시
한국에서 온 친구들이 반에서 추면, 난리가 났으니까요.
하지만 같은 동아시아 계열의 친구사이에서만 인정받고
백인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가끔 HOT 핑클, SES 좋아하고
접근하는 녀석이 있긴 했지만 소수였어요.
90년대 2000년대 초반에는 그래도 우리나라가 좀 살았던 시절이라
옷도 잘 입고 다니고 한국애들 또렷또렷 하지 않습니까?
반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 중에 한국애들이 많았어요.
특히 수학은 뭐.....
그런데, 외국에 나가서 보니 일본의 위상이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어요.
백인 선생님들은 일본친구들을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일본애들하고 친해지려고 하고
예쁜 백인 여자인데 동양남자애랑 사귄다?
그러면 100% 일본인이었습니다.
여튼 한국애들은 국가적 위상은 아직 세계에 안 알려질 때지만
친화력이나 창의력 같은 것은 굉장히 뛰어났던 걸로 알고 있어요.
어딜가서나 그룹으로 다니면서 꼭 다른 나라 애들 몇명 은 그 그룹에 끼여있었고
한국애들이 재밌어 보이니까 몇몇 일본 친구들, 자기네 무리에만 있기 싫고 좀 모험적 성향이
있는 일본 친구들은 한국애들 그룹에 들어와 놀더라고요.
그러면서 역사에 관해서도 듣고, 미안하다고 하기도 하고
하지만 학교에 가면 선생님들은 일본인들을 참 좋아했어요.
독일에 살 때에는 제가 작은 시골 마을 같은 데 나타나면
독일인인지 스페인인지 여튼, 저 한테 다가와 자기 일본어 할 줄 안다고 써보이고
나는 한국인이라고 해도 동양인 자체를 잘 볼 수 없으니까, 일본어 하는 것을 저 한테 자랑하더라고요.
독일 친구들도 있었는데 일본어를 배우려고 하지 한국어는.....아주 가끔 혼혈인 자식들, 아니면
우연한 기회에 한국어를 듣고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우리나라 말이 음악처럼 들린다고요.
글자가 그림처럼 아름답다고요.
여튼,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가 잘 안알려져있을 때였어요. 서방세계에서는.
2000년대에는 아시아에서는 좀 알려졌지만.....
그런데 요즘 한국의 기세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기술이 뛰어나고 경제력이 높다는 건 외국도 알았지만
문화수준은 서양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자신도 그런 위축감이 있었지요.
BTS가 뜰 때만 해도 10대들만 좋아하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파칭코라는 책이나 미나리 같은 영화가 알려지면서
한국인들이 식민지배, 전쟁 이런 재난을 겪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일어선 민족이라는 것
강단이 있고, 대찬 민족이라는 것
그런 것들을 세계인들에게 알려주면 뭐랄까 소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같고
경제력만 갖춘 것이 아니라 양심도 훌륭하고 문화도 훌륭한 나라로 점점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전통 문화나 사상까지 알려진다면
세계인들은 정말 놀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에 있을 때도 생각했어요.
물론 인종차별 같은 거 당하면서 위축되기도 하지만
학교에서 보면 우리나라 애들 춤이나 노래로 전학오자 마자 그 독일애들이나 캐나다 애들 매료시키고
백이이건 흑인이건 아랍인이건 가리지 않고 친화력 갑으로 여기저기 친하고
말도 제일 빨리 배우고
공부도 잘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나 국가적인 위상이 떨어져서 무시당하고 그랬어요.
저는 한국사람 치고는 많이 내성적인 편이라, 반 애들을 음식이나 춤 노래로 매료시킨 적은 없어요.
집순이였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을 그랬답니다.
대학 다닐 때에는 우리나라 유학온 오빠야들이 인기가 많았어요.
제 눈에는 못생긴 '아지아' 같은 오빤데도 외국인 아가씨들이 좋아하더라고요.
뭔가 남자다운 매력이 있대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사람들도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히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뭐냐면,
단순히 부러움, 질투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민족으로 알려지면서
약장였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성장하고 또 중국 일본 미국에 안 밀리고 버티는 것을 보면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나라들이 용기를 얻는 것 같아요.
이제 어글리 코리안이 아닌
애티튜드 코리안이 되어서
이렇게 된 데에는 참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세대들
우리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저는 정말 감격스럽다고요.
어렸을 때 정말 백인 여자이고 싶었던 적도 있거든요.
아아~~! 동이족. 우리나라.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