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정조의 비밀사관, 은서

정조시대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타임 슬립물, 정조의 비밀사관 은서

로맨스물을 좋아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팩션입니다.



10장 존덕정


달은 하나뿐이고 물의 종류는 일만 개나 되지만,

물이 달빛을 받을 경우 앞 시내에도 달이요,

뒤 시내에도 달이어서 달과 시내의 수가 같게 되므로

시냇물이 일만 개면 달 또한 일만 개가 된다.

하지만 하늘에 있는 달은 물론 하나뿐이다.

「만천명월주인옹자서(萬川明月主人翁自序)」 중


“어떠냐.”

“이것은 저번에 제게 보여주셨던 것 아닌가요?”

“어제 완성했다.”

“전하께서 직접 만드신 거라고요?”

“몰랐느냐? 나는 도장을 파는 재주가 있다.”


임금이 가리키는 정자에는 임금이 손수 새긴 목판이 걸려 있었다. 취미로 도장을 팔 만큼의 실력의 가진 임금의 솜씨는 수준급이었다. 한 획씩 정성스레 새긴 목판에는 ‘만천명월주인옹자서(萬川明月主人翁自序)’의 서문이 새겨져 있었다.


“전하, 여기가 어딘가요? 후원의 어디쯤인 것 같은데.”

“존덕정이라 한다. 이곳에 걸어두면 밤마다 달이 뜰 때 함께 볼 수 있지 않겠느냐.”

“예. 전하 그리한다면 사람들이 그 뜻을 세세토록 기억할 거예요.”

“네게 가장 먼저 보여 주고 싶었다.”

이렇게 말한 후, 임금은 약간 붉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임금과 내가 눈을 마주보며 서 있은 적은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황송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숙였다.

“치마를 입고 있으니 네가 새삼 여인이었다는 게 떠올랐다.”

“저는……원래 여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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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귀까지 붉어진 채 간신히 말했다. 그날 나는 임금이 하사해준 한복을 입고 있었다. 옷을 이렇게 입어서일까. 나도 모르게 행동이 조신해졌다.


잠시 후 임금은 뒷짐을 지고 연못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한참 후 들릴 듯 말 듯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름답구나.”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왕을 쳐다보니 왕의 시선이 내 발끝을 향해있었다. 그 말씀이 내게 하신 것인지 정확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 순간 나는 부끄러움으로 온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늘에는 둥그런 달이 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 뜬 보름달이 세상을 평화로이 감싸주고 있었다. 밤은 밤대로 또 하나의 세상이었다.


“밤중에 후원에는 처음 와봅니다. 밤은 밤대로 낮은 낮대로 운치가 있습니다.”

“그렇지. 나는 이곳을 참 좋아한다.”

임금은 보름달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분이셨구나. 어린 시절부터 정적들에 둘러싸여 하루라도 마음 편히 지낸 적이 없었던 분이었다. 새벽까지 글을 읽고 스스로 익힘 검술로 자신을 보호해야 했던 분이 저렇게 편안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니.

'이것만으로도 난 행복해.' 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존덕정에 걸려 있는 목판의 서문을 함께 읽었다.


만천명월주인옹은 말한다. 태극(太極)이 있고 나서 음양(陰陽)이 있으므로 복희씨(伏羲氏)는 음양을 점괘로 풀이하여 이치를 밝혔고, 음양이 있고 나서 오행(五行)이 있으므로 우(禹)는 오행을 기준으로 하여 세상 다스리는 이치를 밝혀놓았으니, 물과 달을 보고서 태극, 음양, 오행에 대해 그 이치를 깨우친 바 있었던 것이다. 달은 하나뿐이고 물의 종류는 일만 개나 되지만, 물이 달빛을 받을 경우 앞 시내에도 달이요, 뒤 시내에도 달이어서 달과 시내의 수가 같게 되므로 시냇물이 일만 개면 달 또한 일만 개가 된다. 하지만 하늘에 있는 달은 물론 하나뿐이다.

……중략……

물이 흐르면 달도 함께 흐르고, 물이 멎으면 달도 함께 멎고, 물이 거슬러 올라가면 달도 함께 거슬러 올라가고, 물이 소용돌이치면 달도 함께 소용돌이친다. 그러나 그 물의 원뿌리는 달의 정기(精氣)이다. 거기에서 나는, 물이 세상 사람들이라면 달이 비춰 그 상태를 나타내는 것은 사람들 각자의 얼굴이고 달은 태극인데, 그 태극은 ‘바로 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옛사람이 만천(萬川)의 밝은 달에 태극의 신비한 작용을 비유하여 말한 그 뜻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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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옥류천>




9장 춘당대


“그런데 말이다.”

“네?”

“아무리 네가 미래에서 왔다지만 명색이 나의 신하인데 활쏘기를 못한다는 것은 내가 부끄럽구나. 이참에 별궁에서 활쏘기 연습을 해봄이 어떤가. 심신 수련에 아주 좋다.”

“네에? 전하께서 가끔 잊으시는 것 같은데 저는 여자입니다.”

하지만 어느 샌가 내 손엔 활이 놓여있었고, 이를 어찌 사용 할지를 몰라 끙끙대고 있다. 그러자 임금이 친히 내 곁으로 와, 어떻게 활을 잡는 지를 알려주었다.

“등은 쭉 펴고, 어깨는 힘을 빼고 말이다. 이렇게 단전에 힘을 두어라.”

“에고고, 전하는 자주 연습하셨으니 그게 쉽지만, 저는 활을 똑바로 드는 것 조차 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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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앓는 소리를 하자, 임금은 혀를 차는 소리를 내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내 뒤로 와서는 내 손위에 손을 턱 하니 올리고는 자세를 알려주었다.


“등은 펴고, 활은 이렇게 주욱 당겨서.”

'아니, 그렇게 갑자기 다가오시면 제가……너무 떨리지 않습니까.'

아닌 게 아니라, 임금은 태연한데 내 가슴은 두근거림으로 쿵쾅거리고 있었다. 두근거림이 너무 심해서 가만있어도 그 소리가 상대에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김은서 진정해야 해, 진정! 상대는 임금이라구.


“사관! 집중하시오.”

내가 활쏘기에 집중 못하는 것을 눈치 챈 임금이 소리쳤다. 그 소리에 놀라, 나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확 깨어나 나도 모르게 활시위를 당겨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멋지게 공중을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더니 그리고는, 그리고는! 믿을 수 없게도 명중이었다.


“세상, 세상에!”

그 모습을 본 임금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명중한 과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읏핫핫핫, 제가 명중이라니요, 처음 쏜 활인데 명중을 시켰지 뭡니까, 전하."

나는 기쁜 나머지 상대가 조선의 임금이라는 것을 잊고 평소 습관대로 친구에게 하듯 임금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팔짝팔짝 뛰었다. 임금이 놀란 얼굴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내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깨달을 새도 없이 임금의 호위 무사가 달려와, 나와 임금사이를 떼어놓고는 임금 곁으로 가지 못하도록 나를 창으로 막아섰다. 옴마야 나, 지금 무슨 짓을 한거야.


“괜찮다. 실수였다. 놓아 주거라."


임금은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나를 보며, 호위무사들에게 명령했다. 한낱 평민인 내게 손을 잡혀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나의 행동이 임금의 감정을 건드렸기 때문일까 조금 화가 난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 시대에 옥체에 손을 댄다는 것은 사형감이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평소의 습관이 나오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임금은 내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등을 돌려 저 만치 앞으로 성큼성큼 발을 내딛었다. 나는 황송한 나머지 종종 걸음으로 그의 뒤를 쫓아갔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


그 후로도 임금은 마음이 답답할 때는 활을 쏘았다.


임금을 만나지 않을 때는, 사관복이 아닌 평민의 옷으로 갈아입고 한양의 이 곳 저 곳을 쏘다니던 나는 해질 녘

바람만 가득 부는 억새밭에서 호위무사 한 명만 대동한 채 활쏘기를 하는 임금의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어느 날은 달이 휘영청 뜬 날에, 홀로 밖에 나와 활쏘기 하는 모습도 보았다.


용포를 입고 왕좌에 있을 때의 임금은 위엄에 찬 모습이었지만, 평복을 입고 신하도 대동하지 않은 채, 뒷모습을 보이며 활쏘기에 집중하는 전하의 모습은 너무도 외로워보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답답한 마음을 달래는 것이겠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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