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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완 May 22. 2020

눈 감고 뒤로 걷기

2019. 04. 08

돈 없이는 살 수 없다. 인간이기 위한 조건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돈을 벌어야 했다. 돈은 병마가 됐다. 돈을 보면 눈이 멀었다. 돈을 만지면 손이 썩었다. 돈을 빨면 혀가 상했다. 그렇게 병자들이 돈을 사랑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행복. 세계의 상투성을 헤집어 만든 문장을 입력한다. 그러자 여럿 뜬다. 진정한 행복은 물질이 아닌 마음에서 온다. 근거가 뭔데. 이 말은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을까. 이 말의 주인은 무엇을 위해 입을 열었을까. 저 한 문장은 얼마에 팔렸을까. 얼마나 팔렸을까. 누구에게 팔렸을까. 누구를 위한 말인가.

없는 자들은 방황한다. 없기 때문에. 갈망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아니면 체념하기도 한다. 아직 노후가 닥치지 않은 운 좋은 시절을 선택해 하루하루 산다. 그렇게 돈이 아닌 것들을 집어삼키며 산다. 목말라 한다. 돈이기에, 그렇다. 돈은 목을 마르게 해. 정신을 흐리게 하는 대신 눈을 뜨게 해. 그렇게 다들 비틀어진 시야를 갖고 돈 있는 자들이 그것을 좋은 시력의 기준으로 만들어 다른 걸 보며 살던 이들은 장님이 된다.

나는 눈을 감고 뒤로 걷는다. 눈을 떠도 똑같아서. 그러니까 김봉사여 눈을 뜨고 싶느냐. 그건 아닌데요. 눈을 감고 걸어도 부딪치지 않게 해주세요. 그럼 혼자 살거라.

그래서 나는 혼자 산다. 세상을 위해서. 자본주의 안티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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