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점을 뚫는 방법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라이프코드』

by 기만

“와, 어떻게 저렇게까지 하지?”

“아니,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러지?”


우리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감탄하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럴 때 보통은, '저 사람은 나랑 많이 다르구나' 하고 넘긴다. 이런 성향 차이들이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 다름이 흔히 말하는 '성향 차이’가 아니라 ‘설계도의 차이’ 때문이라면?


최근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의 『라이프코드』라는 책을 통해, 나조차 몰랐던 ‘나’라는 사람의 설계도를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왜 이기는 것보다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하는지,

나는 왜 날카롭게 직언하기보다 "부드럽게 조율하기"를 좋아하는지.

그렇다면 "내가 남들보다 더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나에게 "특히 잘 맞는 일"은 무엇인지.


이것은 결국 "내 고점을 더 높이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게 해주었다.






1. 당신의 진짜 주인, 라이프코드


라이프코드의 핵심은 간단하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며, 우리 결정의 70~95%는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에서 내려진다는 것이다. 변연계가 “저거 갖고 싶어!”라고 결정하면, 이성의 뇌는 그걸 가질 방법을 계획하는 유능한 비서일 뿐이다.


이 감정적인 뇌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은 크게 4가지.

・ 새로움과 호기심을 좇는 자극

・ 경쟁과 승리를 추구하는 지배

・ 감정과 유대를 중시하는 조화

・ 안전과 평온을 유지하려는 균형


우리는 모두 이 4가지 시스템을 가졌지만, 사람마다 그 강도와 조합이 다르다. 이것이 바로 각자의 고유한 라이프코드다. 독자 여러분도 잠시 생각해봤으면 한다.


"나는 어떤 일에 가슴이 뛰지? 내가 사람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어떻지?"


그 안에 내 라이프코드를 찾을 실마리가 있다.




2. 나의 설계도를 꺼내보다: 자극과 조화


책을 읽으며 나의 삶을 복기해보니, 내 설계도는 매우 선명했다. 나의 주력 시스템은 자극, 그를 뒷받침하는 보조 시스템은 조화였다.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이 제시한 '라이프코드'


IT 기획자로서 나는 늘 ‘운영’보다 ‘구축’에 끌렸다. 이미 잘 돌아가는 서비스를 개선하는 일보다,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살아있음을 느꼈다. 지금 있는 스타트업에서 <Z세대를 위한 소셜 서비스>를 만들 때도, 그 다음에 <AI 캐릭터 채팅 서비스>를 기획하면서도, 나는 늘 새로운 기술과 미지의 사용자 반응에 설렜다. 전형적인 자극 시스템의 작동 방식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조화 시스템이 전면에 나섰다. 나는 내가 누군가를 지배하거나 통제해야 하는 상황을 특히 불편해했다. 대신 팀원들이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즐겁게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에너지를 쏟았다. 특히 지금 회사에서 나의 역할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 회사 대표님은 자극지배 성향이 무척 강하다. 처음엔 그의 저돌적인 추진력과 직설적인 화법에 상처받고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3년 넘게 합을 맞추며, 우리는 서로에게 없는 것을 채워주는 상호보완적인 파트너가 되었다. 50대 베테랑 개발자님은 우리 관계를 보고 “둘이 완전 반대라 오히려 오래갈 수 있는 조합”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지금 나는 대표님이 쏟아내는 날것의 아이디어(자극+ 지배)를 팀원들이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형태로 부드럽게 워싱하고, 기획/디자인/개발팀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통역자’이자 ‘연결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나의 조화 시스템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3. 빛과 그림자, 그리고 내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


‘자극’과 ‘조화’의 조합은 나에게 뚜렷한 빛과 그림자를 주었다.


나의 빛 (장점)

자극 :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조화 :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 팀을 하나로 모은다.


나의 그림자 (단점)

자극 : 쉽게 지루함을 느껴 꾸준한 운영에 약하며,

조화 : 갈등을 회피하려다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 설계도를 가진 나는 어떤 서비스를 잘 만들 수 있을까? 답은 명확했다.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서비스

자극 : 새로운 기술로

조화 : 사람들을 따뜻하게 연결하는 서비스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AI 캐릭터 채팅 서비스가 바로 그 교집합 위에 서 있었다. 기술 자체를 뽐내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로 누군가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즐거운 관계를 만들어주는 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다.




4.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내 라이프코드와 잘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답은 “매우 그렇다”였다.


지배 성향이 강한 대표님과의 관계는 나에게 없는 근성과 이기는 감각을 가르쳐주었다. 내가 갈등이 두려워 머뭇거릴 때, 그는 기꺼이 악역을 자처하며 프로젝트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반대로 조화 성향이 강한 나는 그의 날카로움이 팀원들을 할퀼 때, 그 의도를 부드럽게 번역해 팀의 상처를 막았다. 우리는 서로의 그림자를 보완해주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의 환경은 나에게 최고의 훈련장일지도 모른다. 나와 다른 설계도를 가진 사람과 부딪히고 협력하며, 내가 가진 빛을 더 선명하게 벼리고, 그림자를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까.






이 성찰을 통해 나는 나의 다음 스텝을 그려볼 수 있었다. 나의 이상적인 커리어는 ‘따뜻한 탐험가’로서, 사내 벤처나 신사업팀에서 ‘0 to 1’ 프로젝트를 이끄는 것이다. 마음껏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극), 그 과정에서 멋진 동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조화) 세상을 즐겁게 만드는 일.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할 때 가장 편하고 즐거울까?


잠시 시간을 내어 나라는 인간의 '설계도'를 펼쳐보길 바란다. 그 안에 당신이 가야 할 다음 길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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