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의 함정

앤절라 더크워스, 『그릿』

by 기만

우리에게는 '성실한 노력파'보다 '타고난 천재'를 더 높이 평가하는 미묘한 심리가 있다. 밤새 턱 막히는 문제를 붙잡고 끙끙대는 나보다, 술술 풀어내는 동료를 보며 ‘와, 쟤는 진짜 타고났네’라고 말할 때, 우리는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왜일까? ‘재능’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아주 달콤한 면죄부를 주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천재’니까. 나와는 다른 종족이니까. 그러니 내가 저 사람처럼 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거고, 굳이 저렇게까지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합리화가 가능해진다. 우리는 그가 노력한 고통의 과정은 쏙 빼놓고, 화려한 결과물에만 집중하며 ‘재능’이라는 포장지를 붙여버린다.


근데, 만약 그게 다 거짓말이라면?




재능은 노력을 이기지 못한다


1926년,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캐서린 콕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301명의 전기를 전부 분석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한다.


<큰 업적의 천재 Top 10> vs <비교적 작은 업적의 천재 10인> (콕스 선정)

A그룹 (큰 업적 TOP 10)
나폴레옹, 괴테, 마틴 루터, 아이작 뉴턴, 조지 워싱턴…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위인들)
B그룹 (비교적 업적이 작은 10인)
크리스티안 폰 분젠, 토머스 채터턴, 주세페 마치니… (죄송하지만 모르겠는 분들)


이 두 그룹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IQ? 아니었다.


콕스의 연구에 따르면,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위인과 가장 작은 업적을 남긴 위인은 IQ로 구분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지능이 성공의 크기를 결정하는 변수가 아니었다는 거다.


그럼 대체 뭐가 차이를 만들었을까? 콕스는 성공한 위인들을 구분 짓는 4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걸 ‘지속적인 동기’라고 이름 붙였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졌다.


'지속적인 동기'를 만드는 4요소 (Persistence of Motive) - 캐서린 콕스

1. 뚜렷한 비전 - 멀리 목표를 두고 일하며, 삶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확고한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정도
2. 뚝심 - 단순한 변덕으로 포기하지 않음. 새로움을 위해 다른 일을 시작하거나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 성향
3. 끈기 - 의지력과 인내심의 정도. 한 번 결정한 사항을 조용히 밀고 나가는 결단력
4. 근성 - 장애물 앞에서 과업을 포기하지 않는 성향. 끈기, 집요함, 완강함


결국 100년 전의 위인들이나 지금 우리나 똑같다. 성공의 핵심은 타고난 머리가 아니라, 이 4가지 요인으로 대변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동기와 끈기다.


심한 난독증으로 지능이 낮다는 평가를 받던 사람이, 끊임없이 읽고 쓰는 훈련을 통해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스토리텔링의 대가로 불리게 된 존 어빙 같은 사례가 바로 그 증거다. 물론 마이클 펠프스의 신체 조건처럼 극히 일부 타고난 재능이 압도적인 경우도 있지만, 그건 우리 같은 일반인의 세상에선 거의 없는 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핵심은 ‘노력할 수 있는 힘’, 즉 그릿(Grit)이다.




당신의 ‘그릿’을 결정하는 것: 성장형 사고방식


그렇다면 이 ‘노력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바로 ‘성장형 사고방식’이다. 실패를 마주했을 때,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치는지 점검해보자.

비관론자 (고정형 사고방식): “역시 난 안돼. 이건 내 재능 밖의 일이야.”

낙관론자 (성장형 사고방식): “이번엔 실패했네. 뭐가 문제였지? 다음엔 다른 방법으로 해봐야겠다.”


이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개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전기 충격을 가했다.

A그룹: 버튼을 누르면 전기 충격을 멈출 수 있었다.

B그룹: 뭘 해도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나중에 두 그룹을 어떤 방에 넣고 바닥에 전기 충격을 가했다. 다만 전과 다른 것은, 버튼을 눌러서 충격을 멈출 수는 없었다. 하지만 A그룹 개들은 다른 탈출 방법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결국 탈출했다. 하지만 B그룹 개들은? 탈출할 시도조차 하지 않고 바닥에 엎드려 고통스러워하며 전기 충격을 그대로 받아냈다.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무기력을 학습해버린 것이다.


‘고정형 사고방식’의 비극이다. 실패를 ‘고칠 수 없는 내 능력 부족’으로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노력하지 않게 된다.




지치지 않고 노력하는 법: 궁극적인 목표 찾기


“노력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너무 힘들잖아!”


맞다. 노력이 어려운 이유는 내 노력이 최종 보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거 해서 뭐하나’ 싶은 깊은 회의감이 드는 것이다. 이걸 해결하려면, 단기 목표가 아닌 ‘궁극적인 목표’를 찾아야 한다. 자, 메모장을 켜고 간단하게 한번 해보자.


궁극적인 목표 찾기

1. 내가 이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20개 적는다. (예: 연봉 1억, 팀장 되기, 특정 KPI 달성하기 등)

2. 이 중에서 비교적 단기적이거나, 다른 목표를 위한 수단인 것들을 지워나간다.

3. 계속 지워나가면서 단 하나만 남긴다. 중간에 진짜 내 삶의 목표가 생각나면 추가해도 좋다.

4. 마지막에 남은 그 한 문장. 그게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이 목표를 위한 노력은 쉽게 지치지 않는다. 왜? 내 삶의 이유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기 목표들을 다시 설계해보자. 노력이 훨씬 즐거워질 것이다.




내 그릿을 망치는 말 vs 살리는 말

(부모 or 리더라면 참고!)


이 성장형 사고방식과 그릿은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에 좌우될 수 있다. 특히 부모나 리더의 칭찬 방식은 자녀 혹은 팀원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릿을 강화시키는 좋은 표현

“열심히 배우는구나! 그 과정이 마음에 들어.”

“결과가 안 좋았네. 어떤 식으로 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을지 같이 이야기해보자.”

“참 잘했어! 여기서 더 개선할 부분은 뭐가 있을까?”

"어려운거야. 아직 못한다고 해서 상심할 것 없어."

“목표를 좀 높게 잡아. 같이 도달할 수 있도록 내가 이끌어줄게.”


그릿을 약화시키는 안 좋은 표현

“너는 진짜 타고났어! 천재 아니야?”

“결과는 아쉽지만, 적어도 노력은 했잖니!”

“참 잘했어! 굉장한 재능이야!”

"어려운거야. 설령 못하더라도 상심할 것 없어."

"이건 네 강점이 아닌가 보다. 네가 기여할 다른 일이 있을테니까 걱정하지 마."


‘재능’을 칭찬하는 행위가, 상대에게는 “재능이 없으면 실패한다”는 무의식적 관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과정’과 ‘노력’을 칭찬하는 것은 “넌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어”라는 믿음을 심어준다.




저자인 앤절라 더크워스는 책 안에서 재능과 노력의 공식을 이렇게 제시한다.

기술 = 재능 × 노력
성과 = 기술 × 노력

결국, 성과 = 재능 × 노력²


내겐 20년 넘게 교수로 살아온 어머니가 있다. '난 어머니의 머리를 물려받아서 그나마 이정도 밥벌이라도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해왔다. 내 가족들, 주변 사람들도 나에게 여럿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다른 관점이 생겼다. 내가 이 정도라도 할 수 있는 건, 오랜 기간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어머니의 ‘꾸준함’을 은연중에 보고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누군가 나에게 “머리 좋다”, “똑똑하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너 진짜 열심히 한다”는 말이 훨씬 더 기분 좋은 칭찬이 될 것 같다.


재능이라는 달콤한 포장지에 더 이상 속지 말자.

결국 끝에서 이기는 건, 더 빨리 달리는 놈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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