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팀을 만드는 꿀팁

아빈저 연구소, 『상자 밖에 있는 사람』

by 기만

기획자와 개발자가 사소한 이슈로 언쟁을 벌인다.

기획자는 3개월 전의 일까지 끌고 와 개발자가 잘못했다는 근거로 쓴다. 그 땐 그냥 넘어갔었는데, 이젠 상대를 무너뜨릴 무기가 되었다.

개발자도 지지 않는다. "저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기획을 제대로 못 한 기획자 탓 아닌가요?" 회사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서로 자기가 옳다고 언성 높이다가 결국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일은 일대로 안 되는 최악의 상황. 우리가 어디서든 한 번쯤 겪어봤을 일이다.


집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 대체 왜 반복될까? 둘 다 회사에 피해를 주려고 작정한 빌런도 아닌데 말이다.


아빈저 연구소의 『상자 밖에 있는 사람』에서 답을 찾았다.




우리는 왜 ‘남 탓 모드’로 전환하나?


'남 탓 모드'로 전환한 사람. 책에서는 이를 '상자 안으로 들어간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럼 우리는 언제 상자 안으로 들어가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스스로를 배반하는 것이 상자 안에 들어가는 첫 걸음이다.


말이 좀 어려운데, 쉽게 말해 '내 책임에 집중하지 않고, 눈을 돌려버리는 순간'이다. 예시를 통해 알아보자.




1. 사건 발생 (나는 몰랐던 내 기획의 빈틈)

나는 IT 기획자다. '신규 로그인' 기능에 대한 기획서를 작성해서 개발자에게 공유했다. 성공 케이스를 중심으로 꼼꼼하게 설계했다고 생각했고, 공유 후에는 다음 프로젝트 준비에 들어갔다.


2. 갑작스러운 공격 (개발자의 지적)

다음 날, 개발자님이 프로젝트 전체 채널에 나를 태그해서 메시지를 남긴다.

"@나기획 님, 로그인 기능 개발 중인데 '로그인 실패 시' 정책이 전혀 없네요. 비번 5번 틀리면 계정이 잠겨야 하는지, 에러 메시지는 뭐라고 띄워야 하는지 기획서에 한 줄도 없습니다. 이런 예외처리는 기본인데, 매번 개발자가 알아서 상상해서 만들어야 하나요?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3. 감정적 반응과 '자기 배반'의 순간

메시지를 보자마자 심장이 쿵 내려앉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팀원들 앞에서 대놓고 기획이 부실하다고 지적받은 기분, 나를 가르치려 드는 듯한 말투에 자존심이 상하고 불쾌감이 치솟는다. 이때,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마땅히 해야 할 반응

"아, 제가 그 중요한 예외 케이스를 놓쳤네요.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정책 정해서 5분 안에 공유 드릴게요. 개발하시다 막히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짚어주셔서 감사해요!"

나의 실제 반응 / 자기 배반 (상자에 들어가는 순간)

"아니, 빠뜨린 건 맞는데... 이걸 꼭 이렇게 공개적으로 공격적으로 말해야 하나? 그냥 DM으로 '정책 알려주세요' 하면 되는 거잖아. 진짜 커뮤니케이션 방식 최악이다." 여기서 나는 '빠진 기획을 보완하는 것'을 배반하고,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한 개발자를 비난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4. 자기 정당화

이제 내 머릿속은 '나는 피해자'이고 '저 개발자는 가해자'라는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한 증거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1단계 : "원래 저 개발자는 기획자가 뭐 하나라도 빠뜨리면 신나서 공격하더라. 자기가 더 꼼꼼하다는 거 티 내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처럼." (상대의 인성 탓하기)

2단계 : "지난번 기획 리뷰 때도 엄청 비꼬면서 말했어. 기획자를 그냥 자기 손발처럼 생각하는 게 분명해." (과거 일 끌어오기)

3단계 : "솔직히 로그인 실패 정책이 지금 당장 개발을 막을 정도로 크리티컬한 것도 아니잖아. 성공 케이스부터 개발하면 되지, 꼭 저렇게 전체를 막는 것처럼 부풀려서 말하더라." (문제의 가치 깎아내리기)


5. 결과

이제 나는 '중요한 예외 케이스를 놓친 기획자'가 아니라, '소통 방식이 폭력적인 개발자에게 부당하게 공격당한 피해자'가 되었다. 내가 빠뜨린 기획은 사소한 문제가 되고, 상대방의 '공격적인 말투'가 프로젝트를 망치는 훨씬 더 큰 문제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슬랙에 "네, 그 부분도 '당연히' 고려 중이었습니다. 곧 정리해서 드릴게요." 라며 가시 돋친 답을 하거나, 더 심하면 둘만의 감정적인 논쟁으로 번지게 된다. 문제 해결은 뒷전이고, 오직 이 자존심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방어적인 태세만 남게 된 것이다.


완벽하게 상자 안에 갇혀버렸다.




상자 안에 갇히면 벌어지는 4가지 재앙


만약 내가 상자 안에서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분위기가 좀 싸해지는 것 뿐일까? 아니다. 프로젝트에 망조가 들기 시작하고, 팀이 점점 와해된다.


1. 전염병처럼 퍼진다.

내가 상자 안에 들어가면, 상대방도 나를 공격적으로 느끼고 똑같이 상자 안에 갇힌다.


2. 모든 게 왜곡돼 보인다.

상대의 평범한 말도 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들리고, 사소한 행동도 비난의 근거로 보인다.


3. 적의 실패를 바라게 된다.

'거봐, 내가 쟤 문제 있다고 했지?'를 증명하기 위해 은연중에 상대의 실수를 기다린다.


4. 유능한 사람이 상자 안으로 들어갈수록 나쁜 효과가 나온다.

설득력, 논리력을 문제 해결이 아니라, 상대를 더 세련되게 헐뜯는 무기로 사용한다.




상자에서 나오는 방법


상자 안에 갇히는 건 한순간이지만, 빠져나오는 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무슨 대단한 스킬이 필요한 건 아니다. 딱 한 가지, 관점만 바꾸면 된다.


(X) 저 인간의 어떤 점이 문제인가? → 그것 때문에 일이 망하고 있다.

(O) 저 사람에겐 저런 면이 있구나 → 이걸 보완하기 위해 내가 뭘 더 할 수 있지?


예를 들어, 동료가 너무 깐깐하고 예민해서 피곤하다고 치자. 상자 안에서는 '저 성격 때문에 프로젝트 진행이 안돼!'라고 비난하게 된다.


하지만 상자 밖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저 깐깐함 덕분에 우리가 놓칠 뻔한 디테일을 잡는 면도 있어. 저 친구가 디테일을 보는 동안, 나는 큰 그림을 보고 빠르게 다음 스텝을 제안해서 속도를 맞추면 딱 좋겠다.'


이게 바로 상대방의 단점을 '팀의 리스크'가 아니라 '내가 풀어야 할 문제' 혹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바로 써먹는 ‘상자 탈출’ 매뉴얼


어떤 상황에서는 관점의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 그 사람의 잘못이 너무나 자명하거나, 내가 더 해줄 일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자.


1. 회의나 피드백 전,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나는 지금 이 사람을 '문제'로 보고 있나, '사람'으로 보고 있나?

내가 지금 하려는 말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나, 내 정당성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되나?


2. '단점' 대신 '경향성'으로 바꿔 말하기

"김대리님은 너무 느려요." (X)

"김대리님은 신중하게 검토하는 경향이 있으니, 우리가 마감보다 이틀 먼저 초안을 공유하는 건 어떨까요?" (O)


3. 비난 대신 도움을 제안하기

"이거 왜 아직도 안 됐어요?" (X)

"이 부분이 진행이 더딘 것 같은데, 혹시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아니면 다른 어려움이 있나요?" (O)


결국 핵심은 간단하다. 남 탓할 준비 대신 이해할 준비를 하는 것. 상대를 비난할 구실을 찾을 시간에,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백배, 천배 더 생산적이다.


팀을 살리는 건 결국 이런 작은 태도의 차이다.




참고) 책에서 언급된 핵심 내용


학습자료

자기배반은 자기기만과 “상자” 안으로 이끈다.

상자 안에 있을 때, 당신은 결과(성과)에 집중할 수 없다.

당신의 영향력과 성공의 크기는 얼마나 상자 밖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저항하는 것을 그만둘 때 당신은 상자 밖에 있게 된다.


실천하기

완벽해지려고 노력하지 말고, 지금보다 더 좋아지려고 노력하라.

아직 학습내용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상자’나 기타 단어들을 사용하지 마라. 다만 당신 자신의 삶에서 그 원리들을 적용하라.

다른 사람들의 상자를 찾지 말고, 먼저 당신 자신의 상자를 찾아라.

다른 사람들이 상자 안에 있다고 힐난하지 말고, 당신이 상자 밖에 있도록 노력하라.

당신이 상자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자신에 대해 포기하지 마라. 계속 노력하라.

당신이 상자 안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마라. 사과하고, 계속해서 전진하라. 미래에 다른 사람에게 더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라.

다른 사람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마라. 그들을 돕기 위해 당신이 올바르게 행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춰라.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돕고 있는지에 대해 염려하지 마라.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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