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살 저의 직업은 아파트 경비원 입니다.
무례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스물아홉 살 나의 직업은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경비원으로 일하다 보면 무례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택배기사님의 반말은 기본이며, 어린 나이 때문인지 상스러운 욕을 듣는 날도 있다.
하루는 새벽 2시가 넘어갈 즈음이었다. 오고 가며 한 번씩 마주치던 중학생이 공동 현관문에서 맨발로 허겁지겁 뛰쳐나왔다. 표정은 공포에 잔뜩 질려 있었다. 학생은 살려달라고 외치며, 맨주먹으로 경비실 창문을 부슬 듯이 여러 차례 내리쳤다.
서둘러 밖으로 뛰쳐나왔지만 이미 늦었다. 경비실 문을 열기도 전에 아버지가 뒤쫓아와 있었다. 아버지는 망설임 없이 아들 얼굴에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쓰러진 아들을 짓밟으면서 폭행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도를 넘는 훈육이었다. 지켜만 보기엔 지나치게 가혹했다. 아버지를 떼어놓으려고 등 뒤에서 끌어당겼다.
“안 놔? 이새끼야!”
발버둥을 치는 그에게서 술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아이의 얼굴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왼발을 절뚝거리며 일어 선 아이의 커다란 두 눈망울에선 눈물이 볼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아이는 살기 위해서 아픈 다리를 이끌고 골목길로 도망갔다.
아이가 멀리 달아나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아버지를 놓아드렸다.
“감히 네까짓 게 날 말려? 죽고 싶어?”
그는 머리 위로 손을 높게 올려 때리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도망간 아들을 뒤쫓았다. 이대로 상황이 종료되는 듯했지만 아니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다시 경비실로 돌아왔다. 분노와 살기가 느껴졌다.
“씨발, 새끼야. 너 때문에 아들이 없어졌다고. 어!?”
격양된 아버지는 이성의 끈을 놓은 상태였다.
책상에 올려놓은 내 핸드폰을 공중으로 휙 집어 던져버렸고, 두 주먹으로 책상을 미친 듯이 내려쳤다.
“경찰 불러 당장!”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오른손으로 주웠다. 손끝이 뾰족한 것에 찔린 것처럼 따끔했다. 핸드폰 액정 전체가 깨져있었다. 어렵게 112를 누르자 숫자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OO 아파트인데요. 아이가 없어져서요.”
경찰이 출동한 뒤에 알았다. 아버지의 직업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였다. 다행히 아이는 발견됐지만, 가정 폭력일 가능성이 높아서 집으로 돌려보내진 않았다.
아파트 경비원이라면 종종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욕설에 쉽게 노출되어 있으며, 망가진 핸드폰 수리비도 요구할 수 없다.
욕을 하면 욕을 들어야 하고, 때리면 그냥 맞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입주민이 내는 관리비로 먹고사는 계약직 경비원에겐 힘이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타인의 삶을 함부로 하대할 권리는 없다. 순간의 감정에 치우친 언행에는 늘 가시가 박혀있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나 무례하다. 날카로운 기억만 남길 뿐이다.
오늘처럼 소란스러운 날이면 소망한다. 우리 곁에는 말을 잘하는 사람보단, 말은 못 해도 말을 예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이십 대의 경비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나에겐 믿음 하나가 생겼다. 말 한마디가 차가운 세상을 바꿀 순 없겠지만, 한 사람의 세상은 바꿀 순 있다.
도서
< 위로가 되더라 남에게 건넸던 말을 나에게 건네면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