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살 저의 직업은 아파트 경비원 입니다.

이만하길 정말 다행이다.

by 김완석

새벽 1시, 경비실 주변이 조용해졌다. 아파트 거실 불들도 대부분 꺼져 어둠이 내려앉았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 잠드는 시간이지만,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지금 이 시각이 가장 기다려진다. 조용해서가 아니라 소소하게나마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글을 끄적이는 수준이지만, 사실 경비원으로 일하기 전부터 글에 관심이 많았다. 한 사람의 표정을 보면 한 사람의 심정이 보이듯, 한 사람의 글을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들여 볼 때마다 느낀다.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행운온 독서가 아닐까 싶다.


가장 먼저 담배를 태우러 나온 입주민이 없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곤 노트북을 몰래 꺼내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뜨렸다. 손이 미끄러워서도, 노트북이 미끄러워서도 아니었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끔찍한 통증 때문에 이었다.


십 년 넘게 희귀성 난치병인 섬유 근육통을 앓고 있다. 돌발통이 오면 통증 강도는 출산과 똑같은 강도다. 발목에서 시작된 통증은 무릎과 허리를 타고 올라와 어깨까지 휘감았다. 전신 통증은 익숙해질 법도 됐는데 늘 견디기 힘들다. 불에 타는 듯 한 고통이 이런 느낌일까? 역겨운 통증 때문에 오늘도 땀으로 흠뻑 젖었다. 하늘색 근무복과 양말, 속옷까지도 축축하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나는 괴로움을 견뎌내지 못하고 책상에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쾅쾅쾅!’

이상하다. 머리엔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처럼 극심한 통증이 찾아올 때면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고통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것뿐이다.

어느 정도가 흘렀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한 시간여 정도 지났을까? 통증이 점점 가라앉으면서 제정신으로 서서히 돌아왔다. 그리고 책상에 박은 이마가 이제 서야 아프다. 시퍼렇게 멍이 들고 혹이 났다.


땀범벅으로 엉망진창이 된 얼굴은 내겐 꽤나 익숙한 장면이다. 손바닥으로 땀을 쓸어내리며 옷이라도 말릴 겸 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다.

가죽 장갑과 패딩 장갑을 두 겹을 끼고 경비실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마치 봄바람처럼 시원하게 느껴졌다.


봄바람을 닮은 겨울바람을 맞으며, 경비실에서 일곱 걸음만 걸으면 환하게 커져 있는 가로등 앞에 섰다. 고개를 치켜들어 밝은 가로등을 올려다보았다. 가로등 위엔 더 밝게 떠오른 달빛이 예뻐서 그만 혼잣말을 했다.


“이만하길 정말 다행이다.”


도서 : < 위로가 되더라 남에게 건넸던 말을 나에게 건네면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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