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만 사람이 반복되면 쉬운 사람이 된다

스물 아홉살 저의 직업은 아파트 경비원 입니다.

by 김완석

입주민 대부분은 부유층에 속했다. 대학교수, 사업가, 병원 원장, 변호사 등등의 직업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고가 아파트였고, 여유가 있는 만큼 입주민 자녀들은 콜택시를 자주 불렀다. 주말 저녁에는 약속이 많아서 더 많은 택시들이 아파트로 들어온다.

콜택시가 아파트에 들어오면 어디에 정차했는지 경비원들이 신경 써야 한다. 주차 문제로 입주민들의 불편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꼭 한 달에 한 번씩은 콜택시가 말썽을 부린다.


택시 한 대가 아파트 정문 입출구 차단기를 가로질러 정차했다. 입구, 출구를 모두 막아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기사님은 차를 길가에 정차해달라고 정중하게 말씀드리면 바로 빼주시지만, 가끔은 위풍당당한 기사님도 있다. 그날 저녁도 그랬다. 운전석으로 가서 ‘똑똑’ 노크를 했다. 창문이 다 내려가기도 전에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가 귀찮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겼다.

“아, 왜요?”

눈 끝에 상처가 있는 택시 기사님은 인상착의는 강렬했다. 영화 신세계에서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명대사를 남긴 배우 박성웅을 닮았다.

“선생님, 죄송한데 여기 차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라서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실례지만, 차를 조금만 앞으로 옮겨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 실례하지 말든가? 잠깐 좀 댑시다. 나보다 나이도 한참 어려 보이는구만.”

“여기 주차하시면 입주민분들이 집에 들어가질 못해요. 양해 좀 부탁드릴게요.”

“거참. 더럽게 깐깐하게 구네. 손님 금방 태우고 나간다고.”

‘쾅!’


보다 못한 뒤차 운전자가 차 문을 세게 닫았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려는 입주민이 화가 걸음 거리에서 느껴졌다. 덩치가 큰 입주민은 위협적으로 택시 기사에게 소리를 질렀다.

“뭐고! 차 빼라고!”

택시 기사는 엑셀을 성급히 ‘부앙’ 밟으며 차를 길가에 댔다. 씩씩거리는 입주민이 다시 차로 돌아가며 내게 말했다.

“강하게 나가요. 강하게. 좋게 말하니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잖아요.”


예의를 갖추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만만한 사람이 될 때가 있다. 만만한 사람이 반복되면 쉬운 사람이 되고, 쉬운 사람이 반복되면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이 된다. 기본 매너가 삭제된 행동에는 적당한 화를 낼 줄도 알아야 한다. 상황에 맞지 않는 분노는 진상이지만, 화를 내야 할 때 참으면 만만한 사람이 된다.


도서 < 위로가 되더라 남에게 건넸던 말을 나에게 건네면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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