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30대 남자로서
평일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생각치도 못한 감상에 빠질 때가 있다.
세상에 나 홀로 살고 있다는 자유로움과 동시에 고독감을 느낀다.
7월 중순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옷을 입는다. 인근 카페의 구석 자리에 앉아 원격 출근 버튼을 누른다. 카페는 1, 2층을 통채로 쓰며 널찍한 공간의 수많은 테이블이 있기에, 나같은 1인 점유자(?)가 재택근무를 하기에 큰 부담감이 없다. 오히려 여유롭기만 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한적한 오전의 여유로움은 이렇구나' 생각한다.
몇몇 계획한 업무를 처리하며 중간 중간 책을 읽는다. 요즘 읽는 책들의 주제는 한 마디로 "경제적 자유". 그렇다 보니 여유로운 시간대에 티타임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의 모습들이 마냥 부럽기도 하다. 경제적 자유를 이룬 이들 같기 떄문이다. 집에서 책을 읽을 때에는 나만의 ASMR을 틀어놓지만, 오늘은 자연스러운 카페 배경음과 그들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울린다.
어느새 오후 1시다. 잠시 집으로 들어와 점심을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는 자동차를 몰고 동네 앞 이따금 가던 정비소를 들른다. 하지만 대로변 안쪽의 그 정비소는 어느새 흔적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옆 블럭의 낡은 정비소를 들른다. 갑작스럽게 비가 세차게 내리고, 한 켠에 앉아있던 정비 기사님은 나를 향해 인사를 꾸벅 하신다. 그리고는 묵묵히 내 차의 엔진오일을 갈아 주시고, 나는 정비 기사님이 앉아 있으시던 그 자리에 앉아 세차게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본다. 작업을 마치신 듯한 기사님께 문득 여쭤본다.
"에어컨 냉매도 부족해 보이는데 봐주시겠어요?"
무뚝뚝한 기사님은 고개를 끄덕이신 뒤, 이런 저런 체크를 하시고는 차의 남아있던 냉매를 뺴내시고, 새로운 냉매를 가득 채워주신다.
"10만원이요"
"현금으로 하면 에누리 괜찮을까요?
"그렇게 합시다"
시원한 에어컨 냉매를 누리며 옆 동네 애정하는 카페로 향한다.
카페에 앉아 읽던 책을 마저 읽는다. 비가 서서히 그치고, 창 밖으로 노르스름한 하늘을 바라보니 슬슬 자유로움보다는 고독감이 밀려든다.
오늘 하루 내내 활성화된 단톡방과 톡방 세개.
그리고 인근 대형마트에 들러 좋아하는 맥주캔 잔뜩, 데일리와인 몇 병을 고른다.
집에 들어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졸린 목소리의 어머니는 나를 반기셨고, 여름 휴가기간 집에 들를 계획을 말씀드리자 반색을 하신다. 어머니의 낯익은 반김에 별 수 없이 마음이 뭉클해 진다.
인생은 원래 반쯤은 고독하고, 반쯤은 풍요롭다고 이따금 생각하고는 한다. 그 고독감이 지배하는 시간 동안은 외롭기도 하지만 그 고독감 또한 소중하다. 나를 채우는 시간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자주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기에, 이러한 고독감마저 내가 현재 느낄 수 있는 낯선 감정이 아닐까.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고, 재택근무로 인해 이러한 고독감을 때때로 느끼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시간이 소중하고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