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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 Aug 09. 2021

영화 <비포 시리즈>의 대화에 대한 소고 -1

영화로들여다보는남자와 여자의 대화

세 편의 시리즈 영화 <Before Sunrise>, <Before Sunset>, <Before Midnight>는 20여 년 간 서로를 향한 대화를 이어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이다. 소설가 카뮈는 '사람과 사람의 대화 없이는 생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영화 속 그들의 20대, 30대, 40대 남녀의 대화를 생활 속에 존재하는 듯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Before Sunrise> (1994)

20대의 용기와 설렘이 가득한 대화


"저 부부, 왜 싸우는지 알아요?"

기차 안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제시(에단 호크)가 건너편의 셀린느(줄리 델피)에게 말을 건다. "커플의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 들어본 적 있어요? 남자는 고음을 듣는 능력이, 여자는 저음을 듣는 능력이 떨어진대요." 


셀린느의 대답에 제시는 고개를 끄덕인다. "서로가 죽이지 말고 함께 늙어가라는 자연의 이치네요"

이렇게 그들의 대화는 시작된다. 사는 곳, 출신, 대학, 목적지 같은 단편적인 질문과 대답에서부터 사랑, 결혼, 직업관 등 자신들의 현재 사상적 관심사까지 이르기도 한다. 


그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 "통한다"라고 느끼고, 함께 기차를 내린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가 차이를 메우는 방식의 기초는 결국 대화다. 눈빛, 몸짓, 표정, 목소리를 포함한 언어적, 비언어적 대화 과정을 통해 서로가 '같다고' 느끼든, '다르다고' 느끼든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10년, 20년이 지났다고 생각해 봐"

제시가 셀린느에게 함께 기차를 내려 하룻밤 여행을 제안하며 말한다. "넌 결혼을 했고. 그런데 그 결혼 생활이 예전만큼 재미있지는 않은 거지. 그래서 남편을 탓하면서, 옛날에 만난 모든 남자들을 떠올리는 거야. 그때 그 남자를 선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 남자들 중 하나가 바로 나야."


셀린느는 제시가 괜찮은 남자라면 함께 시간을 보낼 가치가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남자를 만나면서 이상한 남자를 추억하며 현재의 남자에게 더 만족할 수 있다는 이상하지만 그럴듯한 논리에 수긍한다. 90년대 비엔나를 배경으로 그렇게 그들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함께 한다. 비엔나 곳곳을 걸으며 연극인과 시인, 점쟁이와 같은 사람들을 마주하며 대화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제시는 이 날의 경험을 토대로 훗날 소설 한 편을 쓰게 된다. 이 소설은 영화와 현실의 시간이 동일하게 흐른 9년 후, 파리에서 이 둘이 다시 만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다음 편에서 계속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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