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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 Jul 08. 2021

커피 때문인지, 사람 때문인지

머리가 아프다.

양평의 한적한 카페에서 친구와 원격근무를 하는 도중

급한 회의 일정이 잡혔다.


안정적이지 않은 와이파이부터 노트북 배터리는 간당간당하다. 원격회의 시스템은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스피커 음질은 왜 이럴까?


실제 회의만큼 모든 게 투명하거나 또렷하지 않다. 전달받는 사람이나 전달하는 사람이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함을 알고는 있지만 괜스레 목소리는 높아진다. 하지만 서로 간의 의미는 여전히 와닿지 않는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를 마치니 어느새 노을이 진다.

잠시 동안이나마 마음속에 노을을 담는다. 바람도 느껴보고, 새소리도 들어보고...


거의 마시지 않은 새 커피가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한 입 크게 마신 후 서울 퇴근 차로 막히기 전에 서둘러 나온다.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커피를 한 입에 마신 탓일까, 원격회의로 기 빨린 탓일까,

코로나19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고만 있다.


어서 이 세상에 적응해야 할 텐데.

원격근무를 하며 원격 회의 시스템에 익숙해지려 하지 않은 채

애매하게 이도 저도 아닌 채,


그렇게 집을 꾸역꾸역 느릿느릿 간다.

퇴근길 차에 이리저리 치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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