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프다.
양평의 한적한 카페에서 친구와 원격근무를 하는 도중
급한 회의 일정이 잡혔다.
안정적이지 않은 와이파이부터 노트북 배터리는 간당간당하다. 원격회의 시스템은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스피커 음질은 왜 이럴까?
실제 회의만큼 모든 게 투명하거나 또렷하지 않다. 전달받는 사람이나 전달하는 사람이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함을 알고는 있지만 괜스레 목소리는 높아진다. 하지만 서로 간의 의미는 여전히 와닿지 않는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를 마치니 어느새 노을이 진다.
잠시 동안이나마 마음속에 노을을 담는다. 바람도 느껴보고, 새소리도 들어보고...
거의 마시지 않은 새 커피가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한 입 크게 마신 후 서울 퇴근 차로 막히기 전에 서둘러 나온다.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커피를 한 입에 마신 탓일까, 원격회의로 기 빨린 탓일까,
코로나19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고만 있다.
어서 이 세상에 적응해야 할 텐데.
원격근무를 하며 원격 회의 시스템에 익숙해지려 하지 않은 채
애매하게 이도 저도 아닌 채,
그렇게 집을 꾸역꾸역 느릿느릿 간다.
퇴근길 차에 이리저리 치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