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생활
처음 입원한 곳은 세명기독병원 척추정형외과 입원실이었다.
진료실 앞에서의 갑작스러운 하반신마비로 얼떨결에 입원하게 되어 수술한다고 수술준비로 밤늦도록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엑스레이 찍고 CT 찍고 MRI 찍고 아프고 이 상황이 대체 왜 일어난 것인지 정신이 없고.
수술이 보류되고 진단을 위해 베드에 누운 채로 검사하러 다니고 또 MRI를 찍고. 아무튼 척수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져 신경과 통합병동 병실로 옮겨지기까지 그곳 병실에서의 이렇다 할 기억이 없다.
화요일 저녁에 입원하여 목요일 저녁 신경과 입원실에 오게 되었는데....
입원 첫날의 기억은 별로다.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하반신마비환자가 온다고 욕창메트를 깔아놓아 바닥이 울렁불렁하고 이따금 바람 들어오고 삑삑거리는 기계금.....
밤새 들락거리며 혈압 혈당재고... 그때 밤에도 세 번 정도 들어왔던 것 같다.
꼼작 못하고 누워있으니 혈당운 올라가 있고 척수염 때문에 혈압은 널뛰고 있고 수시로 재고 수시로 약을 날라다 주고.....
아침이 되어 옆 환자가 나의 상황을 보고 나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밥을 먹고 앉은자리에서 양치질할 수 있게 물도 떠다 주고 비워주고 간호조무사선생님을 부를 일이 별로 없도록 나를 도와주었다.
너무나 고맙고 예쁜 사람이다.
나이를 물어보니 나보다 세 살 아래다 나는 언니가 되고 그쪽은 아우가 됐다.
나는 그쪽을 부를 때 이름에 씨를 붙여 불렀다.
병실에 열흘쯤 같이 있으면서 많은 대화를 했다. H 씨는 뇌졸중으로 입원했는데 팔다리에 힘이 없어져 바로 병원에 와서 크게 마비가 오거나 하진 않았고 말이 약간 어눌했다.
그래서 말을 많이 시키느라 일부러 질문도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 많이 친해졌다. 나와는 열흘쯤 같은 병실에 있다 퇴원했는데
그땐 걸음걸이와 말이 거의 정상에 가까웠다.
퇴원 후에 병원 진료 오는 날 나를 만나러 6층으로 와서 먹을 것과 빨간 봉투를 주고 갔다.
봉투를 주며 언니 내가 편지 썼어. 잠 안 올 때 읽어 봐 그랬다.
카톡에 답장을 썼다.
혜경 씨 편지 잘 읽었어요.
어쩜 그리 이상한 편지야.
글씨는 없고 그림을 어쩜 그리 잘 그렸어.
어유 그리 마음을 써주니 너무너무 고마워.
그건 그냥 돈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이야.
내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야.
감사해요.
사랑해요.
H 씨와는 매일 카톡을 주고받는다.
가끔 전화통화도 한다.
정말 좋은 사람이다.
하루빨리 건강해져서 우리 예쁜 H 씨와 분위기 있는 바닷가 찻집에서 향기로운 차를 함께 마셔야 할 텐데....
그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