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수천만 가닥 중 한 가닥은 미운털일 수도 있다.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by 김연필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사는 건 참 재밌다. 그냥 사는 것도 재밌지만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은 정말 정말 재밌다. 무엇을 상상하든 매 순간이 그 이상이다.






칭찬과 자랑 열 마디 사이에 험담도 한 마디 곁들여도 되지 않을까. 미안하지만 아이들에겐 비밀로 하도록 하자. 사람과 사는 것도 힘들 때가 있는데, 다른 개체와 사는 세상이 어떻게 꽃밭일 수만 있겠나. 원래 하루에도 열두 번씩 좋았다 싫었다, 좋았다, 또 미웠다, 고왔다 하는 게 가족이지 않은가. 또 그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게 추억이고.




백 번의 조심과 한 번의 방심


3-1.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알겠지만, 다른 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조심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 음식, 꽃, 향료, 소재 등등 두 손으로 셀 수도 없을 만큼 넘쳐난다. 나름대로는 예민하게 조심하는 편이지만, 언제나 문제는 잠깐의 방심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떤 여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고 돌아온 참이었다. 조용한 집, 왠지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강아지. 등골이 싸하게 시렸다. 몇 발자국 지나지 않아 마주한 거실에는 어제 먹다 남은 초콜릿과자 봉지가 처참한 꼴로 널브러져 있었다. 한여름인데도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 해피?"


부름 한 번에 해피는 신발장 밑으로 숨었다. 제가 잘못한 것을 아는 눈치였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억지로 끄집어낸 해피의 입에서 고소한 비스킷 냄새가 풍겼다. 어쩌다 이게 내 새끼 입에 닿는 곳에 있었을까. 하지만 그 순간엔 후회도 자책도 사치였다. 나는 그대로 해피를 들고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뛰었다. 초콜릿은 개나 고양이가 조금만 섭취해도 생명이 위독할 수 있는 치명적인 음식에 속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각별히 조심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백번을 조심해도 한 번의 방심이 언제나 사고를 불러오는 법이었다.


"저희 애가 다*제를 먹었어요. 그 초콜릿 묻은 과자요. 세네 조각 정도 먹은 것 같아요."

"먹은 지 얼마나 됐어요?"

"세 시간 정도 집 비운 사이에 먹어서 언젠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해피는 급하게 구토유발제를 맞은 후 입원실에 자리했고,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대기실에 주저앉았다. 땀범벅을 하고서도 더운 줄을 몰랐다. 어떻게든 해피에게 독이 되기 전에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렇게 또 나의 바보 같은 실수로 해피를 잃을 수는 없었다. 불안감에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꾹 눌러 참았다. 불같이 머리가 뜨거워졌다가 또 피가 차갑게 식기를 반복하며 30분을 피 말리며 기다렸다. 의사 선생님의 부름을 사형선고처럼 받아 든 나는 해피가 있는 입원실에 들어가 얼마 나오지도 않은 토사물을 살폈다. 그곳엔 초콜릿은커녕, 제대로 된 덩어리조차 없었다.


"구토유발제를 먹였는데도 나오는 게 없네요. 아무래도 다 소화가 된 것 같습니다."


치료가 끝난 곳의 해피는 그냥 시무룩했다. 집에서 사람 간식 좀 몰래 먹었기로서니 이렇게 갑자기 들고뛰질 않나, 병원에 와서 막 주사를 맞히질 않나. 말도 안 통하는데 아무튼 다 나더러 잘못했다고 하는 것 같았다. 혹시 모르니 오늘 하루는 잘 지켜보라는 의사의 말을 끝으로 나는 해피와 병원을 빠져나왔다.

인간이야 속이 타건 말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해피는 폴짝폴짝 자유를 처음 얻은 강아지처럼 잔뜩 신이 났다. 평소 산책하던 곳보다 먼 공원까지 와서 기분이 한껏 좋아진 모양이었다. 불시에 병원비로 처참하게 긁혀버린 카드 영수증과, 쉼 없이 달리는 해피의 엉덩이를 번갈아보는 심정이 참담했다.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순식간에 10년쯤은 늙어버린 나는 너덜너덜한 종이짝처럼 해피에게 매달려 영혼 없는 산책을 마쳤다.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이걸 왜 뜯어먹었어?

밥이 부족했어?

여기서 맛있는 냄새가 났어?


집으로 돌아와서는 잠깐사이에 너를 잃을까 무서웠다는 말 대신, 불안이 끝난 걱정을 쏟으며 해피를 귀찮게도 끌어안고 쓰다듬었다. 우리의 마지막이 오늘이 아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정말이지 백만 번 천만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의 실수로 매운 현실을 마주하고 나서야 오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그날로 집에 해피를 위한 금지조항 한 개가 추가됐다.


[ 초콜릿과자 출입 금지 ]





이 세상에 제일가는♪ 말썽쟁이 또치 ♬ 천방지축 얼렁뚱땅 멋진 또치!!


SNS에서 그러더라. 인생이 심심할 땐 고양이를 기르라고. 한낱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고양이를 기르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지만, 만약 기르게 된다면 그 생이 결코 지루하진 않을 것이다.





3-2.

천사 같은 얼굴을 가진 고양이가 진짜 천사일 확률? 세상에 그런 확률은 없다. 그 어떤 전제가 있더라도 그들이 고양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고양이... 귀여운데. 진짜 귀엽긴 한데. 또치의 전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우리는 어쩐지 조금 눈물이 날 것 같다. 또치의 사고 치기 전과는 우리 집 세 마리 중 가장 화려하기 때문이다. 셋이 함께 살게 되고부터는 종종 해피와 작당모의를 하고 사고를 치는데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울 지경이다.


또치의 파괴왕적 면모를 시작하자면 그 컵, 그릇, 화병 같은 물건은 사실 귀여운 수준에 속한다. 더 이상 귀엽다고 봐줄 수 없는 첫 대형사고는 동거인이 혼자 살 때의 일이었다. 혈기왕성했던 때의 또치는 바닥을 걷는 걸로 모자라, 어느 밤중에 벽을 타고 날아오르는 묘기를 선보이며 책상에 있던 모니터 하나를 거하게 해 먹었다. 여기까지였다면, 그냥 어차피 연식도 오래된 모니터라 안 그래도 바꿀 생각이었다며 또치의 실수를 가볍게 묻어두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또치는 그 정도로 만족할 사고뭉치가 아니었다. 기어이 같은 자리에 다시 채워놓은 새 모니터를 또치는 고작 일주일 만에 똑같은 방법으로 또 박살내고야 말았다. 누가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며 넘기기엔, 인간 지갑의 타격이 너무 컸다. 동거인은 절규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인간이야 울거나 말거나 또치는 모니터가 있었던 곳에 위풍당당하게 자리했다. 그 모습은 마치,


[ 감히! 책상 위에! 모니터라니! ]


하고 경을 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럼 모니터를 대체 어디다 두란 말입니까. 울면서 다시 모니터를 사러 간 동거인은 멀쩡히 걷다가도 간헐적으로 넋이 나간 사람처럼 웃었다. 아니, 울고 있었던가... 몇십만 원이 일주일 만에 연달아 공중분해 되었으니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8K를 운운하며 꽤 비싼 모니터와 저울질을 하다가 그나마 저렴한 쪽을 택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겠다.


두 번째 큰 사건은 우리가 함께 살게 되면서 동거인이 새 가구 들이기에 한참 빠져있던 시기에 벌어졌다. 취향이 까다로운 동거인은 화사한 아이보리색의 화장대에 잘 어울릴만한 따뜻한 느낌의, 예쁘고, 심플하지만, 투박하지 않으면서, 고급진 거울을 꽤 오래도 찾았다. 거울치고는 가격대가 조금 있는 편이었지만 썩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민 끝에 설치한 우리는 거울을 볼 때마다 "잘 골랐군." 하며 만족스러워했다. 따로 샀어도 같이 산 것처럼 참 잘 어울리는 모양새였다고 기억한다. 이 말이 과거형이 된 이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길게 고민한 시간이 무색하게 그 거울은 채 2주를 버티지 못하고 또치의 응징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어느 한낮에 거울은 또치의 발길질을 맞고 벽에 한번, 바닥에 한번 처참하게 부딪치며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부딪친 모서리에서 시작한 금이 갈래를 타고 사방으로 쩍쩍 갈라졌다. 거울을 무사히 화장대에서 해치운 또치는 언젠가의 그날처럼 또다시 화장대 위에 왕처럼 군림했다.


또치의 표정은 위풍당당했고,

우리는 울었다.


얼마나 오래 고민한 거울인데... 얼마나 오래 찾아 헤맨 거울인데!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분노의 5단계를 모두 받아들일 시간은 없다. 사고만 생겼다 하면 다른 아이들도 동네 불구경 나온 주민처럼 웅성거리며 사고현장으로 모여들기 때문에 우리는 분노에서 빠르게 수용단계로 넘어가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한 사람은 아이들을 안전한 공간으로 멀리 떠밀어 보내고, 한 사람은 작은 파편들이 남지 않도록 마른 수건으로 온 바닥을 기어 다니며 쓸어 담았다. 그 모든 상황을 수습하고 남은 쓰레기가 된 어떤 물건들을 보고 나서야 우리는 겅중겅중 뛰어넘었던 분노의 단계로 다시 돌아가 슬쩍 발을 담근다. 우리도 사람인지라 이런 순간엔 어쩔 수 없이 화가 난다. 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미운 마음으로 또치를 앙칼지게 부르며 노려보았다. 대체 왜 그랬냐고 엉덩이를 두들기며 통하지 않는 말이라도 실컷 나무라고 싶었다. 오늘은 미운또치의 날이라고 단단히 못까지 박고 냅다 소리도 지르지만 사실 우리는 이 마음이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또치는 이런 순간에도 그저 사랑을 받고 싶을 뿐인 털뭉치이기 때문이다. 또치가 만족하고도 넘칠 만큼 손길과 애정을 주지 않은 인간의 잘못이고,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를 두고 손바닥만 한 전자기기에 한눈을 판 인간의 실수다.


"또치도 놀랬대. 미안하대. 일부러 그런 건 아니래."


또치의 언어가 어떤지는 몰라도 비비적거리는 아이를 대변해 서로의 마음을 달래 본다. "애교 부려도 소용없어."라고 말은 하지만 또치의 애교 몇 번이면 머리 위로 올랐던 불이 꺼지고, 모락모락 오르던 열도 속절없이 연기가 되어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래,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거울에 그어진 실금 하나하나가 우리의 마음 같지만, 그 현실을 잠시 외면하면 이런 순간까지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또치가 있다.


"에휴, 그래... 누가 요즘 화장대 위에 거울을 두고 살아. 그렇지?"

"그러게. 머리 위에 이고 지고 살았어야지."


우스운 말로 잠시잠깐 나락에 떨어졌던 현실을 넘어선다. 비어버린 자리에 또다시 근사한 거울을 채워놓을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처참했던 모니터의 기억을 떠올리며 심플한 화장대를 즐기기로 했다. 작은 액자 몇 개, 인형 몇 개로 안정을 되찾은 화장대엔 더 이상 깨지는 물건을 두지 않는다. 화병은 안전지대 안으로 숨기고, 물건을 늘어놓던 식탁도 사라졌다. 우리가 서로의 생활방식을 맞춰가는 방식은 이렇게나 험난하다. 저울이 한껏 기울어져 있어 보일지라도 너의 방식이 그렇다면 별수 있나. 오늘도 인간은 이렇게 고양이에게 길들여지며 살아간다.





세 입 공주 김모찌


까다로운 공주님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대령하는 자에게, 하사할 건 없고 그냥 밥을 맛있게 먹어주겠노라.






3-3.

최근 들어 우리 집 최고의 고민이자 걱정이며 근심이 생겼다. 재작년쯤 시작된 일이었다. 별안간 귓병이 심각해지기 시작한 모찌는 병원으로부터 알레르기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인간이 가진 알레르기도 어찌하지 못하는데, 말 못 하는 동물까지 알레르기가 있을 건 대체 뭐란 말인가. 뒤에서 더 자세히 할 이야기지만, 이 알레르기를 시작으로 면역력이 낮아져 링웜에 간부전까지 겪었던 모찌의 다사다난한 6살 묘생 전쟁이 시작됐다.


모찌는 해피와 또치에 비해 입이 짧은 고양이다. 같은 사료를 1년 이상 먹지 않고, 아무리 성분이 좋고 비싼 사료라도 제 입맛에 맞지 않으면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이러는 고양이한테 알레르기까지 생기다니요. 동거인은 뒷목을 잡았다. 하지만 우리에겐 상심할 시간이 없다. 모찌에게 계속해서 일어나는 알레르기 증상을 가라앉히는 게 급한 우리는 서둘러 원인분자를 찾기 시작했다.

사료는 8개월이 다 되도록 꾸준히 먹던 제품이었다. 아이들의 체중 관리 때문에라도 간식을 많이 먹이는 타입도 아니었다. 습식 사료도 대부분이 사료와 원재료가 같은 가금류 제품으로, 먹이는 것에서 큰 변화가 없던 때였다. 특이점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우리도 만만찮은 알레르기를 달고 사는 인간들로서 그 병의 특성을 잘 알았다. 알레르기는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서 올 수도 있지만, 꾸준히 먹고 접해온 성분들에 내성이 쌓여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을. 일부 고양이들에게 종종 가금류 알레르기가 발생한다는 사례들을 떠올리며, 우리는 과감히 모찌가 먹는 모든 것의 원재료를 바꾸기로 했다. 닭고기를 포함한 가금류를 좋아하는 모찌에겐 가혹한 일이었지만, 병을 키우면서까지 굳이 먹일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동거인은 2주 동안 줄기차게 새로운 사료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세상에 가금류와 관련된 재료가 들어가 있지 않은 사료는 정말, 정말, 정말 없어도 너무 없다. '고기가 안 되면 생선 사료를 먹이면 되잖아?'라고 속 편히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이번에야 안 사실이지만 원재료에서 가금류를 걸러내도 성분표를 확인해 보면 닭가슴살이 부재료로 들어가거나, 정제닭, 닭지방, 또는 달걀이 들어있기도 했다. 그렇게 꼼꼼하게 부재료까지 걸러내고 남은 몇 개 안 되는 사료를 막상 시켰더니 닭오일, 오리오일, 가금류 정제오일 등의 숨겨진 지뢰가 속출했다. 아니, 가금류를 피한 성분의 사료를 찾는 이유를 모르겠냐고요! 거기다가 재료가 너무 희귀하면 가격이 금값만큼 뛰고 유통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수급이 수시로 가능한지도 따져볼 일이었다. 분노를 삭이며 눈이 빠지도록 성분표를 살펴 고른 사료는 겨우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1. 주재료가 너무 희귀하지 않고,

2. 유통에 문제없이 수급이 잘 되고,

3. 그 어떤 재료에도 가금류가 없고,

4. 성분이 안전한 사료를 장만하면...?


모찌가 먹지 않았다.


우리는 모찌가 비워주지 않는 밥그릇 앞에 납작 엎드려 울었다. 모찌는 입맛에 맞지 않는 밥은 가차 없이 덮어버렸다. 오른쪽으로 열 번, 왼쪽으로 열 번, 저만치 가다가 돌아와서 또 한 번. 못 먹을 음식인 양 아주 꼼꼼히도 덮었다. 공주님을 붙들고 제발 먹어달라고 손가락으로 한 알 한 알 턱밑에 바쳐가며 빌기도 했다. 그러면 그 노력을 가상히 여겨 겨우 입을 대주다가도, 2~3일이면 다시 밥그릇을 덮으며 사료를 손절하는 배은망덕한 행보를 이어갔다.


병원을 들락날락하며 모찌의 짧은 입에 대한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 보통 1번 사료를 먹다가 안 먹으면 2번 사료를, 2번 사료를 안 먹으면 다시 1번 사료를 주었을 때 먹는 경우가 있다고도 했으나 모찌는 달랐다. 모찌는 한 번 뒤로한 사료는 돌아보지 않았다. 모찌는 그런 면에서 아주 대쪽 같은 고양이였다.

이런 모찌가 야속하지 않을 리 없다. 갈아치운 사료가 몇 개고, 그 남은 사료를 매번 대신 먹어주는 또치에게는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동반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이런 마음보다, 당장은 모찌의 안전하고 문제없는 한 끼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는 기꺼이 하찮은 노비의 길을 자처하여 오늘도 공주님의 건강에 좋고 입맛에 맞는 진상품을 찾아 나선다.


공주님이 드셔 주시기만 하신다면, 바다를 헤엄쳐서라도 최고의 사료를 대령하겠구먼요!




그럼에도 사랑은 다다익선이라


예뻐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시기는 지났다. 어른이 되어 나에게 온전히 의지 해 오는 한 생명을 거두는 일은 결코 평범한 마음가짐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만큼의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그 노력의 보상이 완벽한 성과를 이루리라는 보장도 없다. 두 마리에 손이 두배로 갔다면, 셋부터는 그 손이 제곱으로 필요하다. 발톱은 눈 깜짝할 새 자라고, 청소를 매일 해도 어디서 자연발생이라도 하는 것 같은 털뭉치는 수없이 날고, 놀고자 하는 아이들의 욕심은 인간의 체력과 무관하다. 그럼에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은 이유는 이 생명들이 주는 애정만으로 우리의 우주는 끝없이 행복으로 팽창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불행과 완전한 행복이라면 이 삶을 다시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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