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by 김여생

오늘도 산책에 나선다.

아침에 고양이와 사랑사랑을 했고 고양이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내일 병원에 간다.

동네 동물 병원이 인기가 좋아 예약하려면 2주가 걸리는데 더워서인지 휴가철이어서인지 운이 좋게도 내일 바로 예약이 되었다.

많이 걱정했는데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따가 손님이 올 예정이라 정신을 차려야 해서 커피를 사러 나가본다.

집에 원두가 있지만 일요일에 갔던 커피숍 아아는 맛이 어떨까 궁금해서 출발해본다.

마음이 싱숭해서 겸사겸사 산책도 할 겸.

오늘 아침 일어났는데 뭔가 찌뿌둥한 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했지만 고양이마저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카페로 곧장 가지 않고 좀 더 돌아다녀본다.

걷고 걷는데 금방 땀이 차오른다.

날씨는 자비가 없다.

괜찮겠지만 당연히 괜찮을 테지만 괜한 걱정이 머릿속에 자꾸 울려 퍼진다.

'괜히 오늘 약속을 잡아서, 고양이 상태도 좋지 않은데.' 하며 자책한다.

이럴 때는 기분이 좋아질 만한 것들을 몇 가지 정해서 해야 한다.

맛있는 것을 먹는다든지 운동을 격렬하게 한다든지 취미생활을 한다든지.

이상한 기분에 날 내던져 놓고 방치하는 건 좋지 않다.

나의 이상한 기분이 전해진 건지 오늘따라 울리지 않던 전화가 계속 울린다.

잘 지내냐는 안부전화들.

시시콜콜 이야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풀린다.

이래서 나는 누구나 부러워할 행복보다 소소한 행복이 좋다.

이런 자그마한 행복은 나를 제자리로 되돌려 준다.

임팩트 있는 행복은 겪고 나면 공허함이 오던데 소소한 행복은 그런 게 없다.

'소소함은 기복이 없어 좋아.'

자그마한 것들에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며 사니 조금만 큰 행복이 오면 날아갈 것 같이 기분이 좋아지는 건 덤이다.

땀이 나고 찐득거려서 싫었는데 기분이 풀리니 땀이 난 상태에서 마시는 시원한 아아가 더 맛있게 느껴져서 좋다.

커피를 주욱 빨아들이니 나의 목구멍과 위장의 위치가 어디 있는지 단번에 느껴진다.

여긴 아아도 끝내준다.

'어머 이러다 원샷 하겠다 얘.'

조금 더 땀을 흘려도 괜찮을 것 같아.

매일 바라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사랑하는 것.

이것이 내가 원하는 진정한 행복인 것 같다.

땀이 나 힘들지만 그래도 산책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으니 럭키비키? 럭키비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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