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기

by 김여생

긴장이 풀리니 몸이 불편하다.

몸살이 나기 전 증상처럼 몸에 힘이 쭈욱 빠진다.

토요일마다 아쿠아로빅을 하는데 격렬하게 몸을 흔들 수 있는 체력이 없다.

어제 긴장과 걱정에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었더니 몸이 다 쑤씨쑤씨다.

그래도 짐을 다 싸고 가방을 메고 출발하려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출발하고 싶은데 현관문을 열고 싶지 않고,

'가기 싫다.' 소리가 나왔다.

아쿠아로빅을 다니면서 한 번도 가고 싶지 않았던 적이 없는데 처음이다.

고민하다가 맸던 가방을 내려놓는다.

'에잇 그래. 오늘은 우쭈쭈날이다!'

어제 고양이를 하루 종일 둘러메고 우쭈쭈 해줬으니 오늘은 나 자신을 우쭈쭈 해줘야겠다.

'오구오구 힘들었어? 좋아하는 커피 한잔 하면서 산책이나 할까?'

양팔을 주물주물 하며 혼잣말을 한다.

'그래! 커피 사러 갈 거면 나가고 싶어.'

역시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너무 힘들었나보다. 이럴 땐 나를 달래줘야지.

고양이 말고도 생각할 거리와 해결해야 할 문제와 머릿속이 가득이었으니.

번아웃이 오기 전에 틈틈이 나를 신경 써 줘야 한다.

한번 경험해 보면 정말 돌이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번아웃을 한 번 정말 크게 느낀 적이 있어서 하고자 하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나를 쥐어짜거나 나의 힘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하진 않는다. 중간중간 내 상태 체크도 필수다.)

그리고 이렇게 몸도 정신도 복잡할 때면 사람들이 많은 곳은 피하게 된다.

근데 이상하게 자연의 소리는 괜찮다 말이지.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가.

짹짹대고 찌르륵거리고 맴맴 대는 건 또 괜찮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여름밤, 논에 개구리가 정말 많아서 시끄러울 정도였는데 잘 잤던 것 같다.

(수십 마리가 아닌 수백 마리가 우는 듯한 그 소리는 잊을 수 없다. 불빛 하나 없는 밤이 하나도 무섭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웠다면 믿을 수 있을까.)

커피를 사러 나왔는데 날씨가 오늘도 아주 핫핫하다.

손에 달랑달랑 커피를 들고 공원으로 왔는데 역시나 사람이 하나도 없다.

이런 날씨엔 주말이라도 나오기가 어렵긴 하지, 혹은 다 물놀이장에 있을 거다.

전세 낸 사람처럼 공원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잔뜩 만끽한다.

벤치에 앉아 글도 쓰다가 초록초록 잔디도 바라봐 주다가 건물 너머의 고깃집에서 넘어오는 돼지갈비 냄새에 킁킁거리기도 하다가 아니 무슨 손가락만 한 벌레가 일자로 둥둥 뜨듯이 날아가는데 신기해서 이러고 바라보다가 갑자기 나한테로 와서 야 인마! 갑자기 유턴을 하면 어째. 놀랐자너! 소리 질렀다.

(시골 벌레랑 시내 벌레는 좀 다르다. 시골 벌레들은 사람을 엄청 피하는데 시내 벌레들은 자꾸 친근하게 굴어서 좀 그래.. 특히 잠자리.)

아쿠아로빅으로 땀을 쪽 빼야 하는데 안 갔으니 공원에 앉아서 나무를 벗 삼아 더위로 땀을 쪽 내본다.

그런데 갑자기 흐려지면서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길래 비 올겨? 했는데 해가 난다.

정말 요즘 날씨 앞에선 내 변덕은 명함도 못 내민다.

그러더니 해가 쨍쨍 내리쬐는데 커피를 마시며 버티다가 오우, 도저히 안될 것 같은 순간이 왔다.

집에 가야 할 시간이지.

샤워 한번 싸악 하고 낮잠 한숨 자면 몸살 기운도 없어질 것 같다.

가기 전 하늘을 보며 한마디 해본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오늘의 우쭈쭈 끝!


화, 목, 토 연재
이전 04화임팩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