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더워서인지 에어컨 바람을 많이 쐬어서인지 기력이 점점 쇠하는 느낌이다.
괜히 낮에 산책한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녀서일까.
힘들어서 자꾸 눕고 싶어진다.
(식욕은 좋은 거 보니 더위는 아닌 듯한데.)
그렇다고 계속 누워있으면 하염없이 늘어지니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밤산책을 나간다.
나가기 전에 시원한 물 한 컵을 마시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오우, 아직도 열기가 대단한걸.'
저녁이 되어도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고 여전히 덥다.
그래도 숨 막히는 습도는 살짝 내려가니 걷기엔 괜찮다.
밤이라 너무 구석진 곳은 피해 큰 길로 이리저리 돌아다녀 본다.
예전엔 낮엔 더우니 밤에 사람이 많이 돌아다녔는데 이젠 밤에도 덥다 보니 거리에 사람이 드물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노래도 듣고 흥얼거리며 돌아다니는데,
어디선가 그 고소하고 기름기가 아주 낭낭할 것 같은 삼겹살 냄새가 소올솔 풍겨온다.
근처 아파트 단지에서 풍겨오는 것 같은데 냄새만으로도 짜릿하다.
아 예전엔 한강에 잔디 위에서 구워 먹었었는데. 하며 잠시 추억에 젖었다.
지금은 허가된 캠핑장에서만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내가 어렸을 때 한강에서는 음식을 해 먹는 것에 대한 큰 제재가 없었다.
가족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가져와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거기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다들 밥도 해 먹고 국도 끓이고 음식을 해 먹는 분위기였다.)
깜깜한 가운데 여기저기서 고기 굽는 냄새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은 한강 하면 치킨이지만 그 시절엔 음식을 할 수 있으니 거의 고기가 주를 이뤘다.
가족 4명이 가면 다들 짐 하나 이상씩은 들고 출정을 했으니.
코펠에 쌈에 집 반찬까지 가득 싸와서 한판 거하게 먹고 배드민턴을 죽도록 쳤다.
(가끔 밥이나 김치등이 모자라면 서로 옆사람들 한테 가서 고기 드리고 조금 얻기도, 주기도 했다. 정이 넘처부러.)
불이 나서 그 뒤로 취사가 금지되었던 것 같은데(뉴스에서 본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다.)
무분별한 휴대용 가스레인지 사용 및 쓰레기를 제대로 치우지 않아 발생한 문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찾아보니 쓰레기 문제로 인해 1999년부터 모든 한강공원에서 취사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낭만이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열대야라는 게 거의 없어서 낮에는 더웠지만 밤에는 시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더웠다고는 하지만 선풍기만 있어도 충분한 날씨의 연속이었다.
아버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흰 난닝구(사람마다 난닝구,러닝샤쓰,메리야쓰[다 일본어]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표준어는 러닝셔츠다.)만 입고 돌아다녔고, 덥다고 그마저도 안 입는 사람도 꽤 있었다.
제일 자유로웠고, 낭만과 정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삼겹살 향기 하나로 30년을 넘어 다녀와 버렸다.
추억하며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나는 땀이 범벅이다.
이번 여름이 이제 제일 시원했던 여름이 될 거라고 하는데, 많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좋은 여름을 추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다짐해 보는 오늘의 밤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