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또 그날이 왔어요!'
아침부터 분주하다.
모래포대가 이리저리 옮겨 다닐 고양이 모래 갈이의 날이다.
원래 한 달에 한번 전체 갈이를 해주지만 이렇게 습한 날들의 연속이면 모래에서 빠르게 냄새가 난다.
이럴 땐 3주에 한 번씩 갈아주는 게 좋다.
게으름과 변덕의 아이콘이었던 나는 고양이와 함께한 후,
아주 바지런하고 분주한 삶을 살게 되었다.
세상에. 내가 루틴이 생길 줄이야.
이 고양이는 보통 귀한 고양이가 아니다.
귀묘야 귀묘. (근데 뭔가 어감이 무서워.)
5년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갑작스레 나의 집으로 왔다.
준비할 새도 없이 고양이와 나는 우리가 되었다.
(나의 고양이는 길고양이다.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아파서 병원을 데려가며 우리 집에 눌러앉게 되었다.)
하지만 고양이의 '고'자도 모르던 내가 고양이 화장실을 알 리가 없었다.
밖에 널려있는 모래를 가져와야 하는지 사야 하는지도 몰라서 우선 키우는 이에게 물어봤더니 두부 모래라는 것이 있단다.
두부로 만든 모래라서 변기에 버려도 된다는 말에 '오호 그렇군.' 바로 주문했다.
하지만 길에 살던 고양이가 두부 모래를 알 리가 없지.
고양이는 냄새만 킁킁 맡고 화장실을 가지 않고 3일을 버텨냈다.
3일 뒤에 도저히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나의 의자에 소변을 누고 말았다.
난 그때도 얘가 무서워서 화장실을 가지 않는다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 사람도 3일은 화장실 참기가 어려운데.)
당황했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생리현상을 했다에 감동해서 박수를 쳤다는.
'어머 쌌어? 세상에 동네 사람들- 우리 집 고양이가 쉬야를 했어요!'
의자는 결국 버리게 되었지만 소변 냄새를 두부 모래에 묻혀 보라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의 고양이는 한동안 두부 모래만 사용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고양이란 동물을 경험하며 공부를 했다.
다양한 모래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취향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 취향이 있어? 내가 너의 취향을 낱낱이 밝혀 주가쓰!'
실험을 한 결과 벤토나이트라는 모래를 좋아했고 입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좋아했다.
작은 화장실을 사용하다가 지금은 내가 들어가서 앉아 반신욕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큰 화장실을 사용 중이다.
이런 큰 화장실을 사용하다 보니 모래가 기본 14kg가 들어간다.
애가 참방참방하게 놀 수 있게 넣으려면 18kg는 넣어주어야 한다.
(택배기사님들 제가 모래를 너무 자주 시키죠? 항상 감사드려요.)
이러니 손목 보호대는 필수다.
우선 사용하던 모래는 일반 쓰레기봉투에 모두 넣는다.
(나는 김장용 봉투에 담아서 묶고 넣어 버리고 있다. 냄새도 안 나고 모래가 나뒹굴지 않아 좋다.)
그리고 이 큰 통을 들고 화장실에 가서 쓱쓱 싹싹 청소하고 소독한다.
깨끗이 말린 후 다시 새 모래를 부어주면 완성! 이고 싶지만 모래를 갖다 버려야지.
10L 쓰레기봉투에 꽉꽉 들어찬 모래를 버리고 나서야 드디어 끝이다.
온몸이 땀이 범벅이세요.
고양이씨 차 좀 끓여봐요. 손가락이 바들거려 못하겠어요.
고양이는 눈만 끔뻑거리고 있다.
그래도 한껏 깨끗해진 모래를 보니 후련하긴 한데 기력이 쇠한 느낌.
롤케이크를 꺼내 차와 한잔 마시려고 하는데 우당탕탕 다 부서지고 망가지는 소리가 난다.
새 모래라서 신난 고양이가 온 집안을 해 집고 다니고 있다.
'그래, 네가 신나면 되었다. 나는 그걸로 족해.'
바들거리는 찻잔 속에 사랑 잎 하나가 톡 하고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