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로빅을 배운지 4개월 차.
하지만 몸치인 나는 아직도 버둥버둥이다.
따라 하는 춤은 싫어하지만 물을 좋아했던 나에게 아쿠아로빅은 도전이었다.
정해지지 않은 막춤은 괜찮은데 따라 하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분명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몸은 내 마음과 따로 움직인다.
내 몸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건 굉장한 스트레스다.
어린 시절 학원을 보내준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운동을 배워보고 싶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재즈학원에 보내졌다.
첫날 수업을 듣고 '아, 이건 진짜 아니야.'
다음날부터 가기를 거부했다.
오만소리를 들었지만 그건 끝끝내 가지 않았다.
해보자마자 이건 안된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까지 자세할 때 발도 매일 헷갈려 하는 거 보면 몸치가 맞다.
배우는 춤은 싫지만 아쿠아로빅은 물 안에서 한다는 점과 죽을 만큼 하기 싫은 것을 한 번은 더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실패를 느끼기도 전에 포기한 재즈학원은 두고두고 가끔씩 생각이 났고 나를 괴롭혔다.
아쿠아로빅은 정말 열정적으로 따라 하지만 실력은 그에 따라주지 못해 자주 지적을 받는다.
거기에 땅이 아닌 물속은 중심잡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열정적인 강사님 덕에 계속 지속하고 있다.
(자세가 마음에 안 드셨는지 저번엔 샤워장에서 내가 알몸인 상태인데 이리 와보라며 지도를 해주셨다. 샤워실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다들 강사님께 이쁨 받는 거라고 위로해 주셨지만 나는 귀까지 벌게지며 부끄러웠다.)
그래도 4개월 차가 되니 기본동작은 숙지가 되었지만 갑자기 새로운 동작을 가르쳐 주시면 또 몸은 로보트가 된다.
'어어어. 선생님 그 천천히. 다리를 이렇게요?'
물소리 때문에 큰 음악소리 때문에 내 목소리는 들릴 턱이 없지만 어버버 하며 따라 해본다.
열심히 하는 거 같긴 한데 내가 이상하게 동작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강사님은
'이렇게! 다시! 다시! 그러취!' 하고 넘어가신다.
하면 할수록 내 머리와 몸은 하나가 아니구나를 더 많이 느끼고 있긴 한데 그래도 싫은 것에 도전하는 내가 뿌듯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바람이 꽤 선선하게 부는 것 같아
아쿠아로빅이 끝나고 커피 하나를 사들고 산책하며 집으로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어릴 땐 경험은 놀러 가는 것이라고 착각한 적이 있었다.
여행을 가는 것이 경험이라 생각하며 놀자판으로 놀러 다닌 적도 있다.
물론 여행도 경험이다.
경험치가 쌓이면 놀러 갔을 때 더 밀도 있게 놀 수 있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지게 된다.
근데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라는 것에 대한 범위가 조금씩 넓어진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한 번 더 해보는 것.
이건 안되는 거라고 속단하기 전에 방법을 강구해서 다른 시선으로 한 번 더 바라보며 도전해 보는 것.
거기에서 오는 경험치는 여행의 경험치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산책하며 수업을 다시 생각해 보면서 두리번거리다가 사람이 없는 틈에 자세를 다시 한 번 해보기도 한다.
내가 춤을 배우게 되다니.
(엄연히 말하면 춤은 아니지만 나는 앞에서 동작을 보고 따라 하는 행위는 모두 춤처럼 느껴진다. 그 정도로 몸치라는 뜻이다.)
아직도 신기하지만 기특하기도 하다.
'어우 근데 날씨가 아주 덥네!'
집까지 걸어오는 30분 동안 땀이 쪽 났다.
아이스커피가 없었으면 정말 견디기 어려웠을 날씨다.
아직 낮에 산책은 무리인가 봐.
하늘은 가을인데 날씨는 아직 여름을 붙잡고 있는 날의 산책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