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by 김여생

가을이 다가온다.

햇빛은 아직 따갑지만 습도가 내려가 숨쉬기도 좋고 끈적임도 없다.

산책하기 좋은 날이다.

그늘에 있으면 선선하이 신선놀음하기 좋다.

오랜만에 양산을 들고 산책을 나서본다.

이젠 해가 있어도 산책로에 사람이 꽤 많아졌다.

(다들 그늘 평상에 옹기종이 모여있긴 하지만.)

공원에도 몇몇 어르신들이 계신다.

이리저리 걷는데 아직은 햇빛이 세서 그냥 걸을 수 없어 얼음이 잔뜩 들은 커피 한 잔을 들고 걸어본다.

'더워. 아우 더운데 조오타.'

햇빛이 반짝반짝하니 나무에 벤치에 풀에 개울에 속속들이 스며든다.

안경을 쓰고 나왔더니 선명하게 보여 더욱 예쁘다.

이리저리 걷다가 놀이터를 지나가는데 아이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세 명의 남자아이들이 있었는데 친구가 무슨 잘못을 했나 보다.

'어서 사과해.' 한 아이가 말한다.

'미안해.' 다른 아이가 바로 사과한다.

'나한테도 사과해야지.' 또 다른 아이가 말한다.

'너도 미안해.'

그러더니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상 얘기를 한다.

엄마 얘기, 게임 얘기, 놀러 갔다가 본 어느 아줌마 얘기.

혹시 괴롭히는 건 아닌가 싶어 뒤 벤치에 잠시 앉아 이야기를 몰래 들었다.

이모가 엄청난 정의의 사자는 아닌데 그래도 괴롭히는 건 지나칠 수 없으니까.

사과하고 아무렇지 않게 또 잘 지내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괜히 이모가 오지랖을 펼칠 뻔했다.

세상이 이 아이들처럼 깔끔하면 참 좋을 텐데.

미안한 행동을 하면 바로 사과하고 사과를 받으면 용서해 줄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예전과는 다르게 아주 똑 부러진 친구들이 많이 보인다.

가끔씩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똑똑해서 놀라기도 하고 배울 점도 많다.

예전에도 똑 부러지는 친구들이 있었겠지만 내 친구들은 다.. 후후.

흙 먹고 모래 먹고 풀 뜯어먹던 친구들이었다.

(대화보다는 몸으로 놀던 시기였던지라 모래를 퍼먹은건 아니지만 하도 흙과 모래에서 놀고 뒹굴면서 입으로 들어간 모래가 꽤 많지 않았을까?)

어린 친구들의 사과방식을 보니 괜히 치기 어렸던 나의 과거가 떠오른다.

사과 한마디로 끝낼 일을 크게 만들어 결국 친구와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었다.

(서로 잘못한 것이 있었는데 그냥 먼저 사과했다면 금방 풀어졌을 것이다. 자존심이 뭣이 중했을까.)

그땐 왜 그렇게 사과 한마디가 어려웠던지.

나중에 사과를 했지만 금이 가 데면 해진 우정은 다시 돌이킬 수 없었다.

친구를 잃었단 슬픔에 꽤나 힘들어했고 자책했다.

그 뒤론 무언가 잘못된 것 같으면 바로 사과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

아이들 대화에 지난날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사과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잘잘못을 떠나 사과를 잘하자!

아이들에게도 배울 것이 많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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