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by 김여생

추석이 내일모레인데 날씨가 아주 후덥지근하다.

9월인데 무슨 33도라니.

'이게 말이야 방구야.'

비 오기 전 아주 찜통을 만들 기세가 엄청나다.

에어컨 커버를 꺼내놓았는데 집안에서 굴러다니는 중이다.

히효호호-

여름이 자신을 잊을까 봐 아주 마지막까지 발악을 하다가 가을에게 넘겨주려나 보다.

해가 나왔다 흐렸다가를 반복하는데 나갈 엄두가 안 난다.

고양이는 더워하길래 며칠 전 이발기를 구매해서 내가 요리조리 밀어놓았다.

전체 털을 민건 처음이라 삼식이도 이런 삼식이가 없긴 한데 꽤 귀엽다.

'좀 소질 있는 거 아니야?' 했는데 여기저기 두 가닥씩 삐져나와있는 털이 보인다.

그래 첫술에 배부르겄냐 하며 긍정 회로를 돌린다.

그래도 고양이는 덥지 않아 만족하는지 오늘 꽤 오래 베란다에 있는다.

'저거 저거 더울 것인데. 드루와 고양이.'

저저 듣고 있으면서, 귀 한쪽이 뒤로 열려있는 게 빤히 보이는데 한 번도 쳐다봐 주지 않는 나의 사랑스러운 도도한 고양이다.

(고양이는 듣고 있지만 무시한다. 귀만 쫑긋쫑긋.)

그러다가 베란다에 있는 감자를 꺼내러 잠시 나갔는데 웜마 찜통이여.

내가 베란다에 가자마자 고양이는 뒤돌아보며 '냐아-' 하고 운다.

자기가 오는 건 귀찮지만 내가 가면 또 반겨준다. 하하 고마워 반겨줘서.

간 김에 이마에 쿵(애정표현)도 한 번씩 해주고 나의 사심(뽀뽀 작렬)도 조금 챙긴다.

근데 너무 더워 다시 들어가려는데 어디선가 우렁찬 소리가 들린다.

'와 장군감이다. 우렁차네.'

으아앙 아이 우는소리가 들린다.

세상이 떠나가라 쩌렁쩌렁한 게 동네가 울린다.

어린이집이 끝나고 집에 가는 모양인 것 같은데 온몸에 있는 힘을 다 쥐어짜서 울다가 조금 힘들었는지 침을 꼴깍 한번 삼키고 다시 울기 시작한다.

고양이랑 같이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집 근처 어린이집이 있고 우리 집 앞은 놀이터여서 아이들의 왕래가 많다.)

걸어가면서 우니 힘에 부쳤나 보다.

혼자 걸어가길래 무슨 일일까 싶은데 뒤이어 어머니가 뛰어오신다.

아이는 달래주면 더 운다.

소리가 우리 단지를 넘어 옆 단지까지 넘어갈 기세가 되었다.

조용한 동네가 아이 울음으로 가득가득해진다.

무슨 일일까 궁금하지만 엄마와 아이는 이내 걸어가며 울음소리가 조금씩 멀어진다.

아이는 왜 울어도 귀여울까.

침을 꼴딱 삼키고 다시 우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서 다시 떠올려본다.

이래서 어린 시절 사진들은 다들 울고 있는 사진인가 보다.

나는 잘 울지 않았어서 거의 없는데 내 동생이나 친척 동생들은 죄다 우는 사진이다.

보면 얼굴까지 벌게져서 소리가 전해지는 것 같은 우에엥 하는 사진이 많다.

'다들 나와 같은 마음이었던 게야.'

아이 울음소리가 참 귀한 요즘인데 집 앞 놀이터 덕에 아이 울음소리를 종종 듣는다.

날도 더운데 우는 건 시원한 집에서 하렴.

멀어져 가는 울음소리를 들으며 추억에 잠겨본다.

근데 아이 구경하느라 땀이 너무 나잖니 고양아.

산책은 오늘도 밤에 해야할 것 같다.


고양이 들어와요. 나는 우리 고양이 울음소리도 아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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