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고 오랜만에 미용실을 찾았다.
계속 묶고 신경을 안 썼더니 머리가 금세 허리를 닿을 만치 길어져 있다.
더워서 머리를 올려 묶고 다녔는데 날이 추워지니 풀고 휘날리며 다니고 싶다.
(가을이 되니 뭔가 휘리릭 떠나고 싶고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들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며칠간 하고 싶은 머리 스타일을 인터넷으로 찾아 방문해 본다.
미용실도 다니던 미용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왔다.
집 근처인데 지나갈 때마다 자꾸 이유 없이 눈길이 가던 곳이다.
'언젠간 한번 방문해 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번에 방문했다.
요즘은 100% 예약제가 많지만 이곳은 동네 미용실이라 예약이 없어도 손님을 받아준다.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니 다행히 예약 손님이 없어 바로 머리를 자를 수 있었다.
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조용한 노랫소리가 나지막히 들리고 의자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원장님이 보인다.
'예약 안 했는데 커트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하고 들어가니 잠시 의자에 앉으라고 하신다.
앉아서 원하는 머리 스타일 상담을 이리저리해주셨다.
롹스피릿이 강하게 느껴지는 올블랙 차림에 머리색이 굉장히 화려하고 빽콤을 강하게 넣은 원장님이다.
(나의 미용실 경험으론 겉모습이 화려한 원장님들이 손이 섬세하셨다. 그래서 계속 눈길이 갔을까.)
얼굴에 웃음기는 없는데 말투는 상냥하다.
나는 사진을 보여드리며 이렇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건 고데기라서 이렇게 똑같이 나오진 않을 거라고 평소에 머리 손질을 어느 정도 하는지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보신다.
해보지 않았던 스타일이라 원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하니 거절한다.
'설명은 해드릴 수 있지만 제 견해는 드릴 수 없어요. 충분히 생각하시고 결정해 주세요.'
꽤 단호하게 말해서 당황했다.
기장을 조금 더 자를지 말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전문가의 조언을 얻고 싶었으나 거절당했다.
'왜요?'
궁금했다.
'모든 것은 경험해 봐야 해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요는 이것이다.
꽤 장황하고 길게 설명해 요점만 압축하여 적었다.
듣고 나니 맞는 말이다.
그치. 내 머리는 내가 제일 잘 알아야지.
되게 간단한 이치인데 미용실만 가면 자꾸 전문가와 상의하고 협의해서 결국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스타일과 다른 쪽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전문가분들이니 또 하고 나면 잘 어울려서 지금까지 불만이 없었다.)
뭔가 큰 이야기는 아닌데 머리를 댕 맞은 느낌이랄까.
그러고는 내가 꽤나 오래 질문하고 고민했는데도 계속 답해주며 기다려주셨다.
처음에는 설명을 해줘도 혼자 결정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고민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니 저질러라.
경험하고 성공과 실패를 맛 보라 토닥여주셨다.
미용실이 아니라 응원 캠프에 온 이 느낌 뭐지.
원장님의 응원 아래 내가 모든 것을 진두지휘했다.
해본 적이 없는 스타일이었고 원장님도 처음 보는 스타일이고 모든 게 낯설은데 결과는 만족이다.
꽤나 멋들어진 머리 스타일이 나왔다.
파마까지 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있어 다음으로 미뤘다.
원장님은 내가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게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었고 1번 2번 보기를 들어가며 고를 수 있도록 유도해 주었다.
(뭔가 학습장에 온 기분도 들었다.)
처음 겪는 방법인데 좋았다.
나중에 원장님이랑 친해져 사담을 나누느라 생각했던 시간보다 오래 미용실에서 머물다가 나왔다.
고민해 봤자 해결되는 건 없다.
경험하고 성공과 실패를 맛보는 수밖에.
모든 것을 관통하는 간단한 이치이나 잊어버릴때가 있다.
이걸 다시 나에게 알려주기 위해 이 미용실이 자꾸 눈길이 가고 아른아른했나 보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베트 속담-이 떠오르는 날이다.
미용실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