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밤은 추운데 낮은 참 따뜻해.
여름과 다른 온화한, 하지만 살짝은 뜨거운 햇빛이다.
주말엔 빨래를 해줘야지.
탁탁 털어 햇빛에 잘 말려 뽀송한 이불로 점프하는 거다.
나의 고양이는 나보다 더더 깔끔쟁이라 빨래한 것, 새것은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
말라서 개어놓으면 어느새 그 위에 올라가 있다.
빨래를 자주 할 수밖에 없다.
좋아하면 더 해주고픈 집사의 마음 하트하트다.
빨래를 잔뜩 해서 햇님에게 자랑해놓고 나는 산책을 나선다.
오늘 여의도에서는 불꽃놀이를 한다지만 100만명이 모이는 그 인파를 뚫고 다닐 자신이 없다.
예쁠거야 엄청 예쁘겠지만.
하지만 난 산책 겸 도서관도 가고 예약해둔 도서를 받으러 가야지.
갑자기 열하일기가 보고 싶어서.
연암 박지원 선생의 여행일기는 참으로 재밌으므로.
지금으로 치면 외교관의 황제 생축 중국 여행기인데 왜 가끔씩 생각이 나는지.
그래서 김탁환 작가의 '열하광인'이 소설이지만 그때 비슷한 모임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열하일기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열하광인이라는 모임으로 시작되는 추리소설이다.)
간 김에 추리소설도 함께 집어왔다.
간단히 읽기 좋다 생각해 왔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냥 나는 추리를 좋아하는 것 같다.
코난에 김전일에 아가사 크리스티에 셜록까지.
심심풀이라고 하기엔 주변이 온통 추리라.
근데 추리 실력은 매일 제자리인 것도 웃기다.
'나이브스 아웃' 영화가 개봉했을 때,
'오 아가사 크리스티와 비슷하군!' 이러면서 영화관에 같이 간 친구와 범인을 맞춰보기로 했는데..
왜 내가 쟤인 것 같아! 할 때마다 바로 죽는 거냐.
어이없어하는데 친구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틀어막았다.
이게 많이 본다고 실력이 좋아지는 건 아닌 것 같아.
씁쓸했던 기억이.
코난도 주기적으로 시청하는데 뭔가 느낌적으로 저놈이 범인일 것 같은데 트릭을 맞춰본 적이 없다.
뭐 내가 잘했으면 탐정을 혔겄지.
추리 머리는 젬병이라 볼 때마다 오오 아주 기발하군 오오 아주 똑똑하군 하는 독자로 만족한다.
낮에 따뜻한 햇볕을 맞으면서 커피 한 잔 샤악 마시며 책 읽으면 끝내주겠다 허허허 싶다.
아 그래.
더 추워지기 전에 아침 등산 가서 정상에서 커피에 쿠키에 독서를 조금 즐기다가 내려와야겠다.
(나에게 정상이라고 해봤자 얕은 봉우리다.)
공기도 맑고 머리도 맑고 오장육부가 다 맑아지겠지.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니 가을을 만끽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