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도 음식도 완벽한 밤이었다. 간만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갈수록 이런 시간들은 드물어져만 간다.
일기1
집들이 날이었다. 소세지 올리브 솥밥은 맛이 좋았다. 밥의 은은한 단맛 뒤로 알알이 올리브의 향긋한 짠맛이 요동쳤다. 와인에 잘 어울릴 거라는 옥수동 안주인의 말이 맞았다. 밤이 늦도록 우리는 이 사람 저 사람 흉도 보고 와아 웃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가까워질수록 동시에 멀어지는가?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나는 잡념에 빠졌다. 한강 너머로 불빛들이 흔들거렸다.
일기2
며칠간 치타를 돌봐야 해서 여수로 내려왔다. 난기류가 어찌나 심했는지 물 한잔도 받아마실 틈이 없었다. 신도 믿지 않으면서 기도를 하고 싶어졌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책을 마저 읽었으나, 머리에 남는 글자 하나가 없었다.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고, 여수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어둠이 깔린 국도로 택시기사가 미친듯이 택시를 몰아댔다. 삶에 미련이 많아 그런가, 택시도 비행기 만큼이나 겁이 났다.
나는 집으로 향하는 택시에서 휴대폰으로 여수의 식당을 검색했다. 떠나온지 어언 십년이 넘은 고향에는 내가 아는 식당도 많지 않다. 서울 사람도 여수 사람도 아닌 나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집으로 들어가자 치타는 나를 반기는 듯 했으나, 이내 자기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는듯, 구석으로 들어가서 경계하며 내 눈치만 살폈다. 나는 너를 보러 온건데. 기러기 아빠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나는 거실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여수에 내려와서는 바다를 옆에 두고 달리기도 하고, 바다가 내다보이는 카페도 방문했다. 카페 서목은 조용한 동네에 위치해있었는데, 고즈넉한 것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 내려올때도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나는 다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았으면 싶다. 학교에서 창으로 내다보면 바다가 보이던 시절이 아직도 가끔씩 떠오른다.
1.
빛이 좋아서 한장 찍어두었다. 다만 분갈이를 한 뒤로 히메몬스테라의 상태가 영 좋지 않다. 분갈이가 서툴렀는지, 두달 가까이 신엽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멀쩡한 식물을 빈사 상태로 만들어 놓고, 나는 염치도 없이 새로운 식물을 들일 생각을 하고 있다. 당근에 멋진 잎을 가진 호야 파라시티카 블랙마진이 올라왔으나, 고민하는 사이 판매되고 말았다.
2.
산토리 트리플나마
최근에 먹은 편의점 맥주중에는 가장 마실만했다. 나는 기린의 하레카제가 들어오기를 고대하고 있는데, 소식이 영 들리지 않는 것 같다.
3.
집에 갇혀있던 오토보이3로 첫롤을 촬영했다. 현상은 다음달 말일이나 돼야 완료될 것 같다고 한다. 필름카메라는 돈과 시간이 참 많이 드는 취미같다. 오래된 카메라라 촬영이나 제대로 됐을지 모르겠다.
여수에 다녀오고 나서는 며칠째 체육관에 가질 못했다. 날이 추워지고 있어 그런가 새벽에 몸을 일으키는 것이 버거워졌다.
일기3
휘적거리는 손에 겨우 휴대폰이 걸리고, 나는 울려대는 알람을 끌 수 있었다. 가만히 누워서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았다. 새벽 여섯시. 차들이 지날때마다 암막커튼 사이를 통과한 희미한 불빛들이 천장을 스쳤다. 몸이 너무 무거웠다. 등은 따숩고, 얼굴은 찬게 영 일어나고 싶지 않았고, 또 영영 일어날 수 없을 것처럼만 느껴졌다. 몸을 일으키면서, 이런 순간들이 인간을 조금씩 늙어가게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일기4
페달을 밟는데, 갑자기 페달이 헛도는 느낌에 자전거를 멈췄다. 체인이 빠져 있었다. 회사까지는 아직도 꽤 먼 거리가 남아 있었다. 체인을 끼우려고 해봤지만 검은 기름만 손에 묻어날 뿐이었다.
망연자실해져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각까지는 이십 분이 채 남지 않았고, 버스 정류장은 애매한 거리에 있었다. 나는 손기술이 어설퍼서 체인을 다시 끼우는데 시간을 지나치게 잡아먹을 것 같았으나 또 뛰어가자니 출근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았다. 아니 달리자면야 못 달릴 것도 없지만, 사실은 아침 댓바람부터 불편한 옷차림으로 달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나.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늦을 것 같다고 말을 해야할까. 식은땀이 났다.
고민할 시간이 없다.
나는 자전거를 주변의 펜스에 묶어두고 달리기 시작했다. 새로 산 청바지가 답답스레 허벅지를 옭아맸다. 버스 정류장은 달려서 5분 거리에 있었다. 아침부터 잘하는 짓이다. 터져 나오는 욕지기에 거친 호흡이 따라붙었다. 겨우 정류장에 도착한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버스를 기다렸다. 50번 버스의 모습이 보였다. 버스만 타면 5분 정도면 회사에 도착할 것이다. 놀란 가슴이 조금씩 진정돼 갔다. 그리고 50번 버스는 정류장을 그대로 지나쳐 갔다.
저 새끼가.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왔으나 뭔가 이상했다. 이 동네 버스들은 하나같이 운전은 괴팍하고, 신호도 잘 지키는 일이 없지만 사람이 정류장에 있는데 지나치는 일은 좀처럼 없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있던 정류장은 셔틀버스 정류장이었다. 나는 마음이 꺾이는 기분이 들었다.
멀리 회사가 보였다. 나는 그냥 마저 뛰기로 했다. 백팩이 등판에서 요동쳤다. 흘러내리는 헤드폰은 벗어 손에 들었다. 나는 본래 느긋한 사람이라, 횡단보도에서도 뛰지않고 서서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편인데, 그런 내게는 지나치게 가혹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나는 이를 악문 채로 쉬지도 않고 회사까지 달렸다. 다행히 지각은 면할 수 있었다.
다음 날 나는 또 50번 버스에 탑승했고, 이번에는 버스가 어제의 정류장에 정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간만에 회식을 했고, 회식치고 술을 많이 마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홧술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일기 5
늦은 가을치고는 유별나게도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유럽의 서쪽 끝에 있는 나라의 인프라부 차관과 주한 대사가 회사를 방문했다.
바닥에서 튀어오르는 빗방울과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검은 차량 두 대가 회사 안으로 들어오고, 팀장과 나는 내리는 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다들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아마 우리를 발렛파킹을 해주는 직원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대사는 쓰던 우산을 복도에 던져버렸다. 팀장이 바닥에 떨어진 우산을 얼른 주웠다. 그 모습을 보고있던 다른 사람들은 친절하게도 팀장과 나에게 우산을 하나씩 안겨주었다.
우리는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으나, 출근 시간이 겹치기도 하고 다른 방문객들도 많아,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한 차례 올려보내야했다. 대사는 인생에서 무언가를 기다려본 경험이 많지 않은듯 했다.
이 회사에는 엘리베이터가 이거 하나밖에 없나요? 팀장은 냉정을 유지한 채 응대했다.
VIP용 엘리베이터가 건물 중앙에는 한 대 뿐입니다. 죄송합니다.
방금 타있던 사람들이 전부 VIP였나 보죠?
회사에 방문해주시는 다른 분들도 있고 해서요.
나는 꽉 끼는 코듀로이 정장을 걸친 그녀의 뒷통수를 따갑도록 바라보았으나, 그녀의 머리통은 아무 일도 없이 제자리에 달려있었다.
회식을 하러 가는 길에, 모 회사의 임원이 자기네 에어컨을 쓰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진상을 부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게는 에어컨의 상표를 종이로 가려놓고 영업중이라고 했다. 신호가 바뀌고, 횡단보도 위로 사람들이 떼로 몰려나왔다. 참 공평하게도 어느 한 나라에 미친 인간들이 유독 몰려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신나게 고기를 먹었다.
산 것들
앞으로도 알파 소재를 이용한 옷은 더 구매하게 될 것 같다. 가벼워서 몸을 움직이기 편하고, 무엇보다 통기성이 좋다. 앉아만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회사에서 입기에 안성맞춤이지 않을까.
패턴이 맘에 들어 구매했다. 디자인도 아름답고, 재질이 좋아서 껴안고 있기도 안성맞춤이다. 다음 침구류 구매 때는 키티버니포니에서 구매를 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
올해의 예상치 못한 소비 탑 1. 13미니가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구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2030년까지는 미니와 함께하려 했는데. 미니를 가지고 다니던 내게 아이폰17은 지나치게 크고 무겁다. 그래도 색상은 잘 뽑힌 것 같고 화면과 배터리도 만족스럽다.
마곡 트레이더스에는 라프로익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43도 버전이 69,800원이라면 사둘만하다 싶어 두 병을 주워왔다. 언제까지고 피트가 비주류였으면 좋겠다.
이자카야에서 마셔보니, 마시기 편하고, 미탄산감이 좋았다. 가격에 비해 맛이 괜찮길래 한 병을 구매했다.
끔찍하게도, 2026년이 다가오고 있다. 굿즈로 유명한 국립중앙박물관 답게 달력의 퀄리티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