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 마곡나루역
초록초록한 사진을 찍고 싶어져 무작정 서울식물원으로 향했다.
온실로 들어서자 습하고 더운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바람이 많이 불고 유난히 추운 날이었는데, 온실 안은 반팔 티셔츠만 입어도 무리가 없을만한 기온이었다. 피부로 느끼는 생경함에 새삼 우리 집의 식물들이 얼마나 가혹한 환경에 처해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패딩을 작게 접어 가방 안에 넣었다.
온실은 천장고가 높아 답답함은 덜했으나, 규모가 아무래도 내 기대보다 작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온실이라고 하는 탓에 과한 기대를 했다. 연휴 기간이라 식물원을 찾은 사람들이 많아 작게 느껴졌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입구 쪽 통로가 좁아 떼를 지은 사람들이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다. 파도에 밀려나는 모래알들 같았다. 입구 쪽을 더 구경하고 싶었으나, 나도 사람들에 떠밀려 온실 안쪽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안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온실 곳곳에 푸르른 식물들이 가득했다. 이제 보니 온실이 좁은 것이 아니라 식물이 너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그런 느낌을 받았나 보다. 어느 쪽을 보아도 푸르름이 눈에 들어차니 지금이 겨울이라는 것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인간이 아니라 식물들을 위한 공간이라 그런가 통로가 지나치게 좁다는 느낌이 강했다. 가만히 있는 식물들 사이로 사람들이 이리저리 바쁘게도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프레임 안에 담기지 않도록 주의하다 보니 사진에 담을만한 장면이 몇 없었다. 눈으로나마 즐겼으면 됐다 싶어 금세 출구 쪽으로 향했다.
출구는 스카이웨이를 통해 나갈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온실의 모습을 넓게 조망할 수 있어 사진 몇 장을 더 건질 수 있었다. 온실 바깥에는 야외 정원인 주제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양천향교 역 근방에서 내린 터라 곧바로 온실로 향했는데, 온실을 다 둘러보고 나서야 바깥에도 정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겨울이라 야외 정원에는 볼만한 것들이 전혀 없었으나, 날이 좋은 계절에는 마곡나루 역 쪽에서 진입해서 야외에 위치한 주제원을 둘러보고 온실로 가는 순서가 좋을 것 같다.
12월에는 스테이크를 여러 차례 구워 먹었다. 채끝을 질릴 만큼 먹었고, 이제는 새로운 부위를 도전해 봐야겠다.
일기1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20분이나 30분을 누워만 있느니 일어나자 싶어 평소보다 일찍 체육관에 갔다.
아침으로는 계란 프라이를 먹었다. 라면 보다야 낫겠지. 아니, 사실 계란 프라이 네 개와 라면, 어느 쪽이 건강에 도움이 될지는 좀체 가늠이 가질 않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으나, 막상 처리한 일은 많지 않았다. 퇴근은 늦지 않게 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전 소속 팀은 오늘도 회사에서 저녁을 먹는 듯했다.
집에 와서는 스테이크를 구웠다. 등뒤로는 음악 소리가 들리고, 나는 따라놓은 맥주를 마시며 예열된 팬 위로 손을 휘적거렸다. 이제 온도가 알맞게 올라온 듯했다. 고기를 팬으로 올리고, 다시 주석잔을 쥐니 이내 손바닥 위로 서늘함이 번졌다. 기름이 자글거리는 소리가 튀어 올랐다.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금요일에 스페인을 가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요즘 새벽에는 조용한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퇴근하고는 헤드셋으로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으며 저녁을 요리해먹고 있다. 나만의 리듬이 자리 잡혀 가는 순간 같아서 여행은 다음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주문한 달력과 연력이 도착했다. 달력은 책장에 걸어두고, 연력은 창문 위로 붙여놓았다. 26년에는 더 많은 기록을 남길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빌며 나는 맥주를 또 한 모금 삼켰다.
일기2
첫눈이 내렸다. 오늘도 야근을 했다. 사무실을 나오니 사방에 눈이 쌓여있었다. 첫눈이 많이도 내렸다. 내일의 술약속이 오늘이었다면 더 좋았을뻔했다.
창밖을 보다가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보잘 것 없는 집 앞 풍경도 계절에 따라 이다지도 차이가 난다.
횟집> 맥주> 오락실> 탁구> 집
다음 날 누워서 하루 종일 골골거렸다.
언제 가도 만족스러운 피읖. 군자역에 위치해 있다. 회의 상태는 늘 최상이고, 가끔 한점씩 주시는 스시의 퀄리티가 높다. 콜키지 가격도 다른 가게들에 비해 저렴하다. (욘고빙 1.5)
이번 달에 쓴 일기들은 썩 유쾌한 내용이 많지 않았다.
군자역에 위치한 산재우. 장작구이를 주력으로 하는 가게다. 바 형태 테이블 뒤쪽으로 바로 화덕이 위치해 있다. 가게가 엄청나게 깔끔했다. 대단히 부지런한 분이 운영하시는 것 같다. 음식도 맛있었다. 흑돼지를 먹었는데, 훈연 향이 기분좋게 느껴졌다. 생맥주는 한잔 정도는 시켜먹는 것을 추천한다. 거품의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LAGOON BREWERY 의 니혼슈. 홉을 사용했다는 설명에 주문해 봤다. 사케타임에서 평점도 생각보다는 괜찮았고. 무엇보다 라벨이 귀엽다. 리셀샵에서 구매했는데, 5월 생산분을 12월에 수령했다.
카타구치에 따라내니, 예상과 다르게 사케는 옅은 핑크빛을 띠고 있었다. 홉을 쓴 영향인지, IPA에 가까운 플로럴 한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마시기 전부터 향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듯 느껴질 정도였다.
한 모금을 마셔봤다. 부드럽고 순수한 물에 가까운 질감이라 목 넘김이 다소 재미가 없었다. 이왕 홉을 사용할 거라면 미탄산감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또한 사케에서 좀처럼 느끼기 힘든 방향으로 짜인 플로럴 한 향과 시트러스 한 향은 독특하고 인상적이라는 생각은 들었으나, 니혼슈와 잘 조화된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단맛도 내게는 다소 과하게 느껴졌다. 니혼슈 다운 니혼슈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을 어필하기 힘들어 보였다.
어울릴만한 안주가 잘 떠오르지 않았던 한 잔이었다.
12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