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글 한 줄

걱정들 마시라 나 잘 살고 있다

by 김용근

걱정들 마시라 나 잘 살고 있다

김 용 근


내가 외로워 보이거든
비 오는 날 누군가와 함께 우산 쓴 내 모습을 보시라


내가 슬퍼 보이거든
생일날 성찬은 아니어도
미역국 먹는 내 아침을 보시라


내가 늙어 보이거든
아직도 몸 바치는 직장에서 일하는 내 모습을 보시라


내가 야박해 보이거든
크리스마스 구세군 통에 천 원 지폐 넣고 가는 것을 보시라


내가 무능해 보이거든
자식들 삼시세끼 밥상 위에 수저 젓가락 올리는 것을 보시라


내가 노는 재주 없어 보이거든
노래방에서 쨍하고 해 뜰 날 열창한 후 90점 나오는 것을 보시라


내가 가난해 보이거든
구두 뒷굽 닳을 때마다 새것으로 갈아 끼우는 것을 보시라


내가 추워 보이거든
용남시장 할머니한테서 사온 두꺼운 내복 입은 것을 보시라


내가 한국인 자존감 하나 낼 줄 모르는 사람으로 보이거든 쑥대머리 창에 얼씨구 추임새 하는 것을 보시라


내가 낚시, 골프, 등산을 모르는 시대 불행아처럼 보이거든 주말마다
문화대간 기행으로 나의 길 가는 것을 보시라


내가 코로나 19에 염려되어 보이거든
우체국 앞에 줄 섰다가 마스크 두 장 사서
폐지 수레 끄는 할머니 한 장 드리며 사는 튼튼한 건강을 보시라


나 지구에 발 딛고 잘 살고 있다
걱정들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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