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간 기행
지리산의 겨울은 돌배청이 효자다
지리산의 겨울은 돌배청이 효자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지리산의 겨울은 춥고 길다. 그러자니 집집마다에는 찬바람의 숙주인 천식을 앓는 이가 많았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겨울철에 찾아온 천식에 좋다는 돌배청을 만들었는데 그 돌배가 유명했던 곳이 있었다.
지리산 소리꾼들이 가장 많이 오갔다는 오솔길에는 전라도는 상황 마을이요, 경상도는 창원 마을이라는 경상 전라 두 얼 품에 있는 등구재가 있다
지리산 등구재 아래 창원마을은 지리산 생기고 사람 사는 마을 생겼다는 판소리에 보이는 마천 등구 마을이 지척이다
창원 마을에 들어서면, 수백 년은 되었음직한 돌배나무가 마을 여러 집들에서 자리하고 있다.
가을이 되어 많은 과일들이 탐스럽게 익어 갈 무렵이면 창원 마을 돌배나무도 황금색을 띠며 익어 간다.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돌배가, 이 무렵에는 제법 대접을 받게 된다.
겨울이 오면 기침과 천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 여기저기에는 아주 먼 옛날부터 돌배나무가 많이 있었다. 돌배나무가 생존해나갈 최적의 토양과 환경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오랜 세월 동안 마을 집집에서 함께 살던 돌배나무는 사라져 갔다
오직 끈질긴 생명력으로 목숨을 이어온 서너 그루의 돌배나무만이 지금까지도 그곳에 있다.
창원 마을에 있는 돌배나무는 지리산 사람들이 겨울철이 돌아오면 가장 부러워하는 돌배를 내었다
지리산 골바람은 노인들에게 기침과 천식 환자가 많게 했다. 그래서 지리산 자생 돌배는 노인들의 감기와 기관지 질환에 이만한 것이 없다는 구전을 상속시켜왔다
돌배나무는 효자 이야기를 가졌다
옛날 뒷돌담사이 큰 돌배나무에서 첫서리를 맞은 돌배가 떨어졌다
돌담아래에는 토종벌집이 있었고 우두두 떨어진 돌배는 벌집뚜껑을 밀치고 벌집안쪽 밀납에 쳐박혔다
추운 날씨에 벌집 뚜껑이 열려 벌들은 죽었고 벌집안 밀납 꿀 속에 쳐박힌 돌배는 꿀에 뒤범벅이 된 채로 몇 날이 지났다
벌집이 뭉개진 것을 늦게 알게 된 할아버지는 과일 망신 시킨다는 돌배를 원망 하다가 화가 나서 꿀범벅 된 돌배를 끓여 마셔버렸다
찬바람만 불면 천식기가 돋아 나던 할아버지는 그 돌배물을 계속마신 후로 기침에 차도가 있는것을 체험하고부터 해마다 꿀돌배차를 만들어 먹게 되었고 그집 돌배나무는 효자나무가 되었다
평소에는 과일 망신을 돌배가 시킨다며 쳐다보지도 않다가도, 환절기가 되면 귀한 대접을 해주는 것이 돌배다.
한 겨울에 몸에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면 돌배를 즙 내서 먹기도 했고, 기침이 심하면 돌배를 항아리 속에 꿀과 함께 재웠다가 끓여 마시기도 했다.
이맘때쯤 지리산 노인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토종꿀에 재운 돌배청이었다
사람 곁에 대대로 붙어사는 것들은 사람만 한 이야기를 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