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완충지대 농촌문화

마을과 신명 이야기

by 김용근

마을은 신명의 창고다.
흥이 나서 일도 하고, 춤도 추고, 흥으로 이웃사촌을 낸다며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흥은 신명에서 나온다.
마을을 구심으로 모으는 기운인 신명은 놀이에서 시작되었다

신명은 마을 공동체 유전자에 들고 그 형상은 공동우물과 당산과 풍물놀이와 품앗이 같은 함께하는 일들에서 키워졌고. 그것은 각자의 몸에 받아졌다.
그 신명을 받는 첫 번째는 새해 정월의 당산제이고 정월 대보름 달집 태우기 놀이였다.

사람들은 정월이 되면 달집을 짓고 모여서, 풍물을 치며 소원을 빌었다.
정월 풍물은, 일 년 동안 지어낼 농사의 기운을 몸에 신명으로 들이고 몸 풀기를 하는 의미를 가졌다.

농촌 사람들은, 사람이 가지는 다섯 개의 장기는 심장이 이들을 주관한다고 생각했다.
폐, 비장, 간, 신장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서로 간의 기운을 소통시키는 것이 심장이고, 심장은 어른 노릇을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당에서 사물놀이로 이들 장기들에게 신명을 주어야 한다고 했고, 그 신명이 나오는 곳이 심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람이 가지는 다섯 개의 장기를 심장이 주관하듯, 사물놀이를 주관하는 것은 꽹과리였다.
꽹과리가 어른 노릇을 하면 나머지 징, 북, 장구가 꽹과리를 따라서 제 소리를 내어 사물놀이 판이 어우러지게 되었다. 그러면 함께하는 사람들은 어깨춤을 추며 놀이마당을 갖게 되었다.

꽹과리는 심장을 울리고, 징은 간을 울리며, 북은 폐를 울리고, 장구는 신장을 울린다고 생각했다.
이는 곧 징이 봄의 기운을 내고, 꽹과리가 여름의 기운을 내며, 북이 가을의 기운을 내고, 장구가 겨울의 기운을 내게 되어 사물놀이판에서 사계절 자연의 기운을 몸에 얻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네 개의 장기들이 신명을 얻어서 몸이 가벼워지고, 기운이 생겨 피가 잘 돌아 건강해진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농촌 사람들이 정월 대보름날 치는 풍물은, 일 년 농사를 짓기 위한 신명을 몸에 깃들이는 몸 풀기 힐링 놀이였다.
그 신명을 주기적으로 몸에 받아들이는 행위는 당산제를 시작으로, 모내기 마치고 하는 써레시침 놀이, 백중놀이, 초상집 상여놀이, 화전놀이, 공동우물 청소 굿 같이 함께 모여서 하는 일 년 동안의 문화로 이어졌다.
그렇게 해서 받은 신명은 마을을 흥 공동체로 묶어냈다.

농촌이 마을에 있는 것은 신명의 샘물이 마을에 있기 때문이다.
신명은 마을의 큰 어른이다.

귀농귀촌은 신명을 들이는 농사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리산 소금길 염두고도 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