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신명의 창고다. 흥이 나서 일도 하고, 춤도 추고, 흥으로 이웃사촌을 낸다며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흥은 신명에서 나온다. 마을을 구심으로 모으는 기운인 신명은 놀이에서 시작되었다
신명은 마을 공동체 유전자에 들고 그 형상은 공동우물과 당산과 풍물놀이와 품앗이 같은 함께하는 일들에서 키워졌고. 그것은 각자의 몸에 받아졌다. 그 신명을 받는 첫 번째는 새해 정월의 당산제이고 정월 대보름 달집 태우기 놀이였다. 사람들은 정월이 되면 달집을 짓고 모여서, 풍물을 치며 소원을 빌었다. 정월 풍물은, 일 년 동안 지어낼 농사의 기운을 몸에 신명으로 들이고 몸 풀기를 하는 의미를 가졌다.
농촌 사람들은, 사람이 가지는 다섯 개의 장기는 심장이 이들을 주관한다고 생각했다. 폐, 비장, 간, 신장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서로 간의 기운을 소통시키는 것이 심장이고, 심장은 어른 노릇을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당에서 사물놀이로 이들 장기들에게 신명을 주어야 한다고 했고, 그 신명이 나오는 곳이 심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람이 가지는 다섯 개의 장기를 심장이 주관하듯, 사물놀이를 주관하는 것은 꽹과리였다. 꽹과리가 어른 노릇을 하면 나머지 징, 북, 장구가 꽹과리를 따라서 제 소리를 내어 사물놀이 판이 어우러지게 되었다. 그러면 함께하는 사람들은 어깨춤을 추며 놀이마당을 갖게 되었다. 꽹과리는 심장을 울리고, 징은 간을 울리며, 북은 폐를 울리고, 장구는 신장을 울린다고 생각했다. 이는 곧 징이 봄의 기운을 내고, 꽹과리가 여름의 기운을 내며, 북이 가을의 기운을 내고, 장구가 겨울의 기운을 내게 되어 사물놀이판에서 사계절 자연의 기운을 몸에 얻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네 개의 장기들이 신명을 얻어서 몸이 가벼워지고, 기운이 생겨 피가 잘 돌아 건강해진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농촌 사람들이 정월 대보름날 치는 풍물은, 일 년 농사를 짓기 위한 신명을 몸에 깃들이는 몸 풀기 힐링 놀이였다. 그 신명을 주기적으로 몸에 받아들이는 행위는 당산제를 시작으로, 모내기 마치고 하는 써레시침 놀이, 백중놀이, 초상집 상여놀이, 화전놀이, 공동우물 청소 굿 같이 함께 모여서 하는 일 년 동안의 문화로 이어졌다. 그렇게 해서 받은 신명은 마을을 흥 공동체로 묶어냈다. 농촌이 마을에 있는 것은 신명의 샘물이 마을에 있기 때문이다. 신명은 마을의 큰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