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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근 Jun 13. 2021

문화대간 기행

장독대 비밀코드 해제

문화대간 기행

지리산 장독대 조사 이야기


이십여 년 전 이맘때 일요일 날 지리산 구전자원 조사차 산청의 어느 작은 산골 마을을 찾아갔다


산중 음식이 조사 대상이었으니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사전에 연락을 드렸던지라 할머니는 집에 계셨고 장독대 청소와 항아리를 닦고 계셨다


"할머니는 장독대 청소를 날마다 하시나 봐요?"


그렇게 시작된 그날의 이야기는 이랬다


"항아리가 둥근 것은 우주의 좋은 기운을 잘 받아 간장 된장 고추장이 집안의 맛을 내서 가족의 건강을 지켜내기 위한 것이고 장독대를 네모 우물 정자로 만든 것은 북두칠성 국자 모양 속에 계신 조상의 영혼이 장독대를 잘 보살펴서 대대손손 대를 이어 잘 살아라고 허는 뜻이여 그래서 그 칠성신 덕으로 씨간장이 이어지는 것이랑개"


"그런데 항아리 손잡이는 왜 닦으세요?"


"이것이 손잡이가 아니여 귀때기여 사람으로 치먼 귀라고 간장독에는 조상님 칠성신이 들었어 긍개로 우리 집안 칠성님이 간장독에서 세상 소리를 다 듣고 있는 것이어 아 긍개 내가 지금 칠성님 귀 청소를 해드린 것이랑개 할매들이 장독대 정한수에 소원을 말허면 잘 들으시라고 말이여 긍개로 장독대에서는 나쁜 말 하먼 안되야 간장 맛이 변허먼 집안이 망헌 다잖아 가족들이 싸워싸코 장독대에 와서 화풀이 욕해 싸먼 이 간장독 귀가 다 듣고 벌을 주는 것이여 긍개로 신성 허게 정성으로 잘 모셔야 허는 것이라고"


그렇게 장문화 이야기는 이어졌고 그때의 조사 내용은 이렇게 요약정리되었다


우리를 키워낸 삼장(간장, 된장, 고추장)문화


집안의 맛은 삼장(간장, 된장, 고추장)에서 오고, 삼장은 조상의 음덕이 있어야 집안에 들여진다


지리산의 구전을 조사하던 오래 전의 어느 날, 산청의 한 마을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젊은이 삼장 이야기해줄까?" 그렇게 시작된 삼장 이야기는 이랬다.


간장은 할머니 손을 타야 하고, 된장은 시어머니 손을 타야 하며, 고추장은 며느리 손을 타며 내림되어야 집안의 맛을 낸다고 하셨다.


그래서 간장독은 집안의 가장 좋고 안전한 곳에, 다음이 된장독, 고추장 독이 순서대로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고 하셨다.


불이 나도 그 세 가지만 건지면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하셨다.


세월 따라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고, 할머니가 되면서, 묵은 삼장이 되고 조상의 덕이 음식이 되어 가족의 건강과 화목살이가 된다고 하셨다.


지리산 오일장에는 끼니를 굶어도 집 간장 팔러 온 사람 없다고 했고 전쟁 피난길에도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집안 씨간장이었다는 것은 집안 조상의 혼이 장독대에 있기 때문이었다


삼대 살이에서 나온 간장, 된장, 고추장의 삼장 문화는 지금 우리들의 자양분이다


음식마저 기술로 나온 세상에도 삼장은 입맛을 내는 조상의 유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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