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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스타킴 Jun 09. 2024

시골 교회 건물에 카페를 하게 된 이야기(1)

나는 8년째 시골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카페는 "살아남는다"라는 표현이 맞는 자영업이다. 


나는 카페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던 사람으로 카페를 시작하게 됐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거기에 대한 나의 답변은 "먹고 실기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카페를 먹고 살기 위해서 한단 말인가? 차라리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답이 멋지지 않나 생각이 든다.  나는 단순히 굶지 않고 먹고 살만큼만 벌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카페를 시작했지만 카페를 운영해 보니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쯤 되면 카페를 하기 전에 직업이 무엇인지 궁금해질 것 같다. 나의 직업은 다름 아닌 목사였다. 교회에서는 목사를 직업으로 부르지 않는다. '사명'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표현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가 어려운 표현이다. 사명감을 가진 직업이라고 해야 할까? 목사는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다. 그냥 교회에서 주는대로 받고 살아야 하는 직업이다. 근데 신기하게 교회 안에만 있을 때는 그렇게 살아진다. 교회에서 주는 사례비 외에 다른 손길을 통해서 감사하게 채워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 그래도 괜찮은 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하던 나에게 어느날 청천병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것이다. 아버지 또한 목사로 평생을 일하셨는데 더 이상 교회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지셨다는 것이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바로 교회를 사임했다.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다.


고향 교회는 시골의 작은 교회다. 당장 목회자를 구할 수도 없기 때문에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까지만 교회가 안정적으로 예배드릴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가족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그때 까지만 해도 내가 다른 일을 할 계획은 없었다. 그냥 일단 교회가 돌아가도록 예배 인도를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그렇게 지내고 있는 어느날 청주의 모 재단에서 장애인들을 채용하고 훈련하려는 작은 카페를 하려는데 나에게 해볼수 있겠냐는 제안읠 받았다. 마침 주중에는 할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목사 외에 다른 경험도 쌓고 싶어서 수락을 했고 1년동안 고생하면서 1시간 정도 운전을 하면서 운영을 했다. 약속한 1년만 하고 그만 두었는데 그렇게 해보니 시골에서 카페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교회가 이전하고 비어있는 건물이 있었다. 이 건물은 가족들이 매입을 한 상황이었다. 당시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을 했고 그 비용은 현재 교회 건물의 건축비로 사용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시세보다 굉장히 비싼 값에 매입을 한 셈인데 교회라는 것이 이런저런 말이 나오기 때문에 아예 비싸게 매입을 한 것이었고, 우리 부부의 지분도 상당히 들어간 건물이다.

사진을 보면 참 멋스럽게 생겼다. 나의 어렸을 때의 교회의 추억이 있는 건물이다. 이 곳에서 많은 집회도 했었고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곳이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도 시골에 이런 모양의 교회를 한번 쯤은 가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당시 교회 예배당으로 10년 가까지 꽤 오랬동안 사용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동네에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이 자리가 교회자리였던 것을 몰랐던 곳이다. 마을은 내가 떠나 있는 동안 구성원도 많이 바뀌었고 많이 변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던 예배당도 사람들에게 서서히 잊어져 있던 공간이다.


카페를 시작하는 실리적은 목적은 "돈"이었지만 심리적인 목적은 교회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이곳에 사람들이 다시금 즐거운 추억을 안고 오게 만들고 싶었다. 사실 자신은 없었다. 2016년 당시 이렇게 시도했던 사람도 없었거니와 우리가 만드려고 했던 컨셉의 카페도 없었다. 건물은 굉장히 오래 되었고 낡았기 때문에 화장실도 없고, 난방도 되지 않았고, 온수도 나오지 않았고, 건물 안에 수도시설도 없었다. 과연 이런 곳에서 카페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일단 공사를 시작해 보자. 아내가 마음에 들어했던 업체 사장님과 계약을 하고 최소 비용으로 공사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먼가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 보다는 무모함이 필요했다. 그냥 시작 하는 것이다. 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시작을 한 것 같다. 누군가와 공사 계약을 하는 것도, 공사를 위해서 정리를 하는 것도 아무것도 모른채 시작을 한 것이다. 나도 아내도 첫 경험이었고 무모한 도전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인생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되는 것은 없다. 때론 무모해 보여도 시작해야 할 때가 있다. 만약 그때 주저 했다면 난 지금 8년째 지금 이 시점에서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데 주저하고 있다면 차라리 해 보라고 권한다. 물론 그 간의 과정은 힘들었다. 좋은 날 보다 힘든 날이 더 많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카페 말고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8년전 무모한 도전 때문이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이것을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표현할 것이고, 신앙이 없는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라고 할 것이다. 이것이 신의 도우심이든 운빨이든 출발은 당신이 하는 것이다. 일단 출발해야 신이 돕든 운이 돕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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