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만나 카페를 시작하기까지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독서를 하는 풍경은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상황이다. 이런 여유로운 생활을 꿈꾸면서 많은 이들이 카페를 열고 도전하고 있지만 현실은 1년을 버텨내는 카페가 50%도 안된다.
카페가 왜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아진 것일까? 일부 견해는 돈이 되니까 그렇다고 하지만 조금만 살펴본다면 카페가 돈을 쉽게 벌만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인건비와 인테리어, 시설투자비, 그리고 자재비와 원료를 계산하면 하루에 수백 잔을 팔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그게 쉬운가?
카페가 많아진 현상에는 삶의 여유가 없는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유가 없다 보니 여유를 꿈꾸게 되고 창가에 비친 카페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카페를 하면 나도 그렇게 되겠지 하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비교적 다른 업종에 비해서 창업이 쉽다. 자신의 이상과 빠른 창업이 만나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9만 개가 넘는 카페가 있다.
난 본래 카페를 할 생각이 없었다. 카페를 할 이유도 없었거니와 종교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카페는 사람들과 만나는 곳이었지 내가 커피를 내리는 곳은 아니었다. 예전에 살던 지역에서 평생교육원과 연계하여 군민대학을 개설했다. 그중에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은 바리스타 자격증 반이었다.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교육을 받고 자격증까지 따게 되었다. 지금은 협회가 많이 있지만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2군데가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믹스커피만 마시던 나는 각종 원두를 구해 집에서 매일매일 커피를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홈 로스팅까지 해보게 된다.
해남에서 잘 지내다가 집안의 사정으로 갑자기 대전, 그것도 태어나 대학 진학까지 나의 인생을 보낸 고향으로 오게 되었다. 부모님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곁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올라왔지만 막상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할 찰나 아시는 분이 카페를 오픈하는데 1년 동안 운영을 맡아 달라고 했다. 수익이 나면 가져가고 장애인 직원을 채용하는 조건이었다.
모르면 용감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덜컥 수락을 해버렸고 내가 생각했던 이상대로 운영을 시작해 보게 된다. 인테리어나 다른 기구들은 이미 세팅된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메뉴 선정과 매장 운영만 하면 됐다. 13평 남짓의 작은 카페에 장애인 직원 2명을 데리고 일하는 직원이 된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 카페가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처음에는 소위 오픈빨이라는 것이 있다. 처음 오픈을 하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게 되고 어느 정도 매출이 올라간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매출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