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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리스타킴 Jun 09. 2020

서비스 한끗 차이

고객을 잃어 버리는 방법

서비스 한끗 차이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엊그제 부모님 동생들 가족들과 함께 기분 좋게 밥을 먹으러 갔던 사람입니다. 제가 사장님 가게를 좋아한 이유는 조미료맛이 강하지 않고 담백한 반찬 그리고 누룽지를 먹을 수 있는 솥에 밥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날 따라 손님들이 많이 몰려왔고 평소 혼자서 서빙하고 치우는 사장님이 좀 분주해 보였어요. 그래서 속으로 음식이 좋으니 손님이 많이 오시나 보다 하고 기분 좋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다른 데 가자고 하는 걸 제가 데리고 갔거든요.  

저희는 부모님과 저희 부부, 그리고 동생들의 아이들(4, 3, 2살)까지 총 11명이라면 3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었지요. 부모님은 건강상 많은 양을 드시질 않기 때문에 두 분이 한 가지만 주문을 하셨습니다. 누룽지까지 먹을 수 있으니 부모님에게는 양이 제법 많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청국장 4, 김치찌개 3, 수육 2개 해서 총비용은 어른 8명 기준에 맞춰서 주문했습니다.


사장님이 굉장히 바쁘시니 여유 있게 기다리고 있을 때 반찬을 두 테이블에만 갔다가 주셨지요. 또 주겠거니 하고 기다리다가 하도 안 줘서 왜 안 주느냐고 했더니 어른 8명이 와서 7인분을 시켰기에 두 테이블만 세팅을 했다고 하셨죠. 우리는 모두 황당했습니다. 만일 반찬을 갖다주지 않은 남동생네 가족(아이까지 4명)이 우리와 같이 오지 않고 따로 온 손님으로 치면 당연히 반찬을 주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 아내가 그럼 반찬을 가져가 먹어도 되냐니(반찬을 직접 가져가 먹고 있는 시스템)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러세요~~" 그러시고 반찬이 없다고 하니 "바쁘니까 기다려요!!" 이러셨죠.


사장님이 바쁘신 건 우리도 현장에 있었으니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힘든 걸 손님에게 전가하면 어찌 되겠습니까? 앞으로 외식하고 싶을 때 자주 가려고 그랬는데 이젠 사장님 가게는 못 가게 생겼어요. 가족들이 모두 이제 가지 말자네요.


그리고 사장님 혼자서 서빙과 정리를 하시는 건 알겠는데 주방에 막 소리 지르고 그러면 안 되지요. 주방에 계신 이모들도 바쁜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소리 지르면 더 실수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솥에 부을 숭늉이 차갑게 나왔어요. 그래서 누룽지도 제대로 안 만들어져서 먹는 둥 마는 둥 했어요.


기분 좋게 밥 먹으러 왔다가 아주 기분 나쁘게 나갔어요. 일단 밥은 다 먹긴 했는데 사장님이 소리 지르는 바람에 돈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리고 사장님 왜 우리 가족들이 나갈 때 안녕히 가세요. 인사도 안 하시나요? 그 전에 몇 번 갔을 때도 인사를 잘 못 하시는 것 같았어요.


솔직히 음식은 제 아내가 더 잘합니다. 전 외식보다는 집에서 먹는 걸 좋아해요. 근데 집에서 음식 해 먹기 귀찮고 그럴 때 식당에 가서 먹는 거 잘 아시잖아요. 사장님이 음식을 잘해서 손님이 오는 게 아녀요. 그나마 괜찮으니 가는 거잖아요.


그날 홀에 있던 손님들 사장님 소리 지르는 거 다 봤어요. 이제 그 손님들은 사장님 가게에 가기가 참 힘들 겁니다. 일단 우리 가족들만 해도 10명 넘게 손님을 잃었잖아요.


사장님이 잘 아시면 좋겠습니다. 서비스는 한 끗 차이입니다. 사장님이 미소와 인사 그리고 실수에 대한 인정이 손님을 끈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사장님이 좋으면 음식은 좀 평범해도 손님이 많아질 거예요.


사장님 이제 다시 볼 일이 많지 않겠지만 기도하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불경기에 손님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손님이 많이 오면 짜증을 내시니 한가한 식당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럼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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