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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 Jul 12. 2021

철갑을 두르지 못한 소나무

근육 무늬 옷을 입고 사는 가녀린 현대인

둘째이자 막내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이다. 

그런데, 요즘 즐겨 듣는 노래가 정동원이라는 '어린' 가수가 부른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다.

이 노래는 1968년  '나훈아'의 입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내 나이보다 오래된 노래를 9살 꼬마가 즐겁게 춤까지 춰가면서

부르고 있다. 이 녀석의 놀아운 춤사위를 보고 있자니,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 삶의 단면을 보고 있는 듯하다. 

복잡하지 생각하지 않고, 나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사는 세상 말이다.  


나이에 맞는 노래를 듣고 부르고,  단체로 즐겁게 신나게 율동까지 했고, 

그것이 '강요된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시절의 기억들.   

오랫동안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독재의 망령이 내 마음속을 돌아다니며 

(요즘) 아이들을 향한 내 마음과 생각에 꼰대 기질을 준동(蠢動)질 하곤 한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떤 문구가 기억난다.

'콜라병을 통해 본 세상은 뒤틀려 있었다.' 

모든 것이 돈을 통해 이뤄지는 자본주의라는 (일그러진) 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은

'돈이 되는 일'에 내 열정과 재산을 투자하는 것이 '정상'인 세상인 것이다.

이것이 대세이고, 나뿐만 아니라 내 자식이 먹고사는 문제이기에, 그래서 거부할

수 없어 서글프다.

  

지난밤 갑자기 소나기가 몰아쳤다. 

창밖에 비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저 버드나무의 헝클어진 가지 결을 보며,

저 흔들림은 춤이 아니요, 생존을 위한 몸부림처럼 보였다.

바람을 거스를 수 없는 나무들의 운명. 

버티면 부러지니, 바람이 하라는 대로 몸을 흔들 수밖에. 

오늘도 세상 따라 내 마음이 움직인다.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 영화 '달콤한 인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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