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일하다 '약국 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사무실을 빠져나와 시동을 걸었다.
약국에 간다고 했으나, 물론 실제로 가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갔다고 말할 수 없었다.
실제로 약도 샀지만, 진짜 약을 산 것은 아니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을 때,
차로 몇 분 거리에 있는 약국을 생각한다.
드라이브 5분이면 그날 하루를 견뎌낼
에너지를 얻기에 짧은 시간은 아니다.
진짜 아픈 데는 머리와 마음인데,
당장 아니 어쩌면 영원히 치료가 불가하기에,
진원지에서 잠시나마 멀어짐으로
누릴 수 있는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하며 약국을 생각한다.
훼스탈 소화제를 사들고 들어가
사무실 내 책장에 툭 던지며,
그들이 들릴듯한 소리로,
'체했나?' 한마디 하고
스트레스 방석에 다시 앉는다.
나는 두어 달에 한 번씩 '약국 좀 다녀오겠습니다'
무료 외출 쿠폰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