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사냥

견딜 만 해.

by Dan

2017년 12월. 이직을 했다.

새로운 일에 적응하면서 1월을 맞았다.

그해 겨울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적응을 해야 했다.

날 선 바람과 무겁고 척척한 눈폭탄이 내가 사는 이 좁은

땅덩이에만 몰아치는 것 같았다.

사무실과 현장을 오가며 업무를 봐야 했고, 연말 결산을 위한

야근이 이어졌다. 칠흑의 두터운 밤하늘을 뚫고 내리는 매서운

눈발이 바람을 타고 방향과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웠고,

얼린 바늘처럼 내게 날아들었다.

매년 이런 재난을 겪어야 한다는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나는 사우나든 찜질방이든, 아무리 좋다고 누가 떠들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고온의 스팀방은 절로 페소공포증을 유발하고,

군대 화생방 훈련의 공포가 자동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굳이 들어가지 않는다. 2018년 여름은 그와 같았다.


거실을 공용으로 쓰는 방 3개짜리 숙소에, 두 명의 선임은 각각 혼자 쓰고,

나와 다른 젊은 직원은 방을 공유했다.

숙소는 에어컨이 구비돼있지 않았고, 낡고 먼지 낀 선풍기 2대뿐이었다.

젊은 룸메이트는 그 더위에도 그 좁은 방에서 개인 운동을 하며,

방 온도를 높였다. 다른 방을 쓰는 두 명은 흡연자로 방에서 담배를 태웠다.

그래서 방문을 열 수 없었다. 그들과 생활 예절에 대해 논할 수 없었다.

그런 예절이 생각에 배어 있지 않은 자들에게 그런 요구는 무의미했다.

퇴근을 하고 오면 하루종을 데워진 시멘트 벽이 뿜어내는 더운 공기가

온 집안과 방 안의 온도 높게 유지했고,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샤워를 서너 번씩 해도, 선풍기를 밤새 돌려도 소용이 없었다.

매일 눅눅하고 후덥찌근한 내 현실을 저주했다.


생각해 낸 방법이 퇴근 후 샤워를 마치고, 짐을 챙겨 인근 사립 도서관으로 향했다.

에어컨과 와이파이 빵빵, 혼자 시간, 독서와 시원한 음료.

돈은 좀 들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내가 가장 잘한 몇 가지 안 되는 지출 중의 하나였다.


해가 지나 숙소는 이사를 했다.

좁지만 에어컨이 설치된 내가 혼자 쓰는 방에 앉아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때 이후로, 그런 시련은 아직 겪지 못했다.

어쩌면 그 강렬한 경험이 이후 고약한 계절의 심통을 견디게 해주는 진통제가 되었다.


뉴스에서 아무리 덥다고 떠들어도 상관없다.

나는 안다. 내가 이 여름도 견뎌낼 것이라는 사실을.

끔찍한 경험이었지만, 덕분에 매년 여름, 그때를 생각하며

이 무더위 세례에도 '다행이라'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이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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