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 프로젝트
1.
약 일주일 전부터 이른바 '못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평소에 온 힘을 다해 100을 추구하다 엎어졌다면 7,80 정도로만 해서 일단 선보이는 연습이다.
2.
100을 추구하다가 아예 세상에 공개하지 않고 흐물흐물해졌다면 그건 0이다. 그런데 아주 만족스럽진 않지만 7,80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세상에 선보였다면 어쨌든 그건 세상에 존재하는 게 된다.
3.
진짜 100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라도 7,80에서 일단 선보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실제 부딪히면서 피드백을 받고 그 과정을 통해 100도 찍을 수 있다. 마냥 완벽함을 추구하다가 선보이지도 않으면 피드백 받을 기회도 없이 0이다. 물론 모든 일이 수치로 환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점수로 얘기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4.
'못하는 연습'을 했더니 놀라운 일이 생겼다. 블로그에 8일 연속으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올리고 있고, 손이 가지 않아서 수개월간 미뤄왔던 과제도 해냈다.
5.
"저는 제가 무언가를 '못하는 걸' 견딜 수 없어요."이라고 말했더니 나의 미니멀 라이프 스승님이 "바로 그걸 고치지 않으면 정리를 할 수 없어요."라고 했다. 여기서 정리는 단지 '정리정돈, 청소'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는 표면적인 물건 정리뿐 아니라 일, 인간 관계, 감정, 자세 등 그 모든 것을 망라한다.
6.
그래서 '못하는 연습'을 시작하기로 했다. 평소보다 힘을 빼고 좀 더 가볍게 가볍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디테일에 집착하다 힘이 빠져서 결국엔 아무것도 안 해버리는... 그런 짓을 좀 덜하게 됐다. '못하는 연습'이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평소 사고하는 스타일/습관 그 자체를 바꿔야 하기에.
7.
물론 무슨 일을 할 때 완결성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그 완결성에 너무 집착하다 조금이라도 내가 원한 수준이 안된다 싶으면 아예 세상에 꺼내놓지를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못하는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아래와 같은 깨달음이 왔다.
8.
"내가 형성해 놓은 '완결성'이란 이른바 그 분야의 전문가들과 비교하며 생겨난 기준인데, 아니 애당초 내가 뭐라고 그들과 동일 선상에서 결과물을 비교하고 있단 말인가."
9.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인정하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무거운 역기를 들기 위해서는 그 걸 감당할 수 있는 근육이 필요한데 기초 체력과 근육을 키우지 않고 처음부터 무거운 걸 들려고 했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 당연히 힘들고 힘드니까 하기 싫어지고 내 능력에 대해 자책하고 악순환이었다.
10.
그래서 나는 못하는 연습을 한다. 아직 욕심을 완벽히 내려놓은 것은 아니지만 가볍게 작게 작게 실행하고 있다. 더 잘 하기 위해서 머리 싸고 고민만 할 때보다 지난 일주일간 더 많은 것들을 해냈다.
11.
못하는 연습은 이름은 '못하는 연습'이지만 결국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가기 위한 연습이다. 욕심을 덜고 내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연습.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연습. 실행이 어렵고 무언가를 선보이는 게 마냥 두려웠다면 힘을 조금 빼보는 것은 어떨까. 나처럼 애쓸 때와는 또다른 일상의 변화를 만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