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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율 Jun 24. 2024

외로움과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외로워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


 사람은 다 감정의 시소를 타며 살아간다. 즐겁다가 외롭다가, 외롭다가 다시 즐겁다가. 인생에서 외로움을 거의 못 느낀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이들조차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가령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처연한 영화를 보다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아서, 길거리에서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다가 불현듯 외로움이 찾아온다.


 나는 언젠가 외로움이 우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심연의 우물처럼, 외로움이란 매번 퍼내고 또 퍼내도 마르지 않는 것이다. 왜 그렇게 외로움에 떨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외로움을 통제하려 했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느끼는 나 자신이 누추하고 불행하고 싫으니까 감정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 나에게 오지 말라고, 혹여나 다가와도 빨리 떠나라고. 그래서 내가 외로움을 느낄 때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애써 웃긴 얘기를 나눴고, 억지로 모임에 나가서 텐션을 올리려고 했다. 그래봤자 방에 다시 돌아오면 사무치게 외로워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외로움을 잘 살피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외로움을 대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외로움을 내 감정의 디폴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행복이 디폴트가 되면 행복하지 않을 때 초조해진다. "나는 행복해야만 하는 존재야!"라고 생각할수록 억지로 에너지를 끌어올리게 된다. 그러나 외로움이 디폴트가 되면 그 감정에서 벗어나려 애쓰지 않게 된다. 체념 내지는 내려놓음이다. 외로운 날이 당연한 날이 되면 어쩌다 찾아오는 행복을 선물처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삶의 보너스라고 해야 할까?


 두 번째는 외로울 때 그냥 외로움과 같이 있는 것이다. 외로워지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외로워하는 것이다. 특정한 감정을 거부하면 가슴에 억눌리는데, 처음에는 작고 귀여웠던 외로움이 괴물만큼 커지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실컷 외로워하자. 외로움이 찾아오면 "나 지금 엄청 외롭네? 외로워서 힘드네?"하고 내 감정을 인정해 버리면 된다. 외로움을 죽을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도망 다닐 필요는 없다. 


 종합하자면 우리는 모두 외로움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인생은 외롭다. 옆 사람도 외롭고, 나도 외롭고, 동네 강아지도 외롭다.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과 떼어놓을 수 없는 필연적인 존재다. 그럴 바에는 나 자신이 외로움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는 건 어떨까? 외로움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감사를 느낄 수 있고, 누군가에게도 진심 어린 사랑을 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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