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일에 긍정적으로 몰입하고, 결과물이 나오면 그 몰입은 좋은 경험이 됩니다. 성취감과 뿌듯함이 함께 따라오니까요.
그런데 그럴 때가 있죠. 계획대로 되지 않고, 변수가 생기고, 일이 잘 안 풀릴 때요.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일은 계속 진행해야 하고, 마음은 조급해지고, 스트레스는 점점 쌓여갑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 ‘나를 지키면서 일한다는 건 뭘까’ 생각하게 돼요. 그리고 그건 결국 함께 일하는 팀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사실 바쁠 땐 물 한 모금 마시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꼼짝 않고 2~3시간 내리 앉아 일할 때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면 마음속에서 달리던 기차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기만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조금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그날도 정신없이 바쁜 날이었는데 또 하나의 급한 일이 떨어졌어요. 보통 같았으면 ‘얼른 처리해야 하니까’ 하며 바로 일을 시작했을 텐데요.
그런데,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차 한잔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리에 일어나서 머그컵에 뜨거운 물을 담고, 어떤 차를 마실까 생각하다가 귤차를 골라 우리기 시작했죠.
그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흘러가던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배경음악이 전자음의 빠른 템포에서 느린 안단테로 전환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물을 따르고, 차를 고르고, 우려내는 그 몇 분 사이 조금씩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차 한 모금을 마신 뒤 다시 자리에 앉았을 땐 감정이 조금 정돈된 상태로 집중이 가능했어요.
퇴근 후 돌아보며 생각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우리고 마시는 데 걸린 시간은 3분도 채 안 됐는데,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오늘 하루는 ‘나를 다 소진시킨 날’로만 생각되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을 내가 나에게 내어줬기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나를 돌보며 일한 하루’로 남게 된 것 같아요.
찾아보니 하버드 의대의 허버트 벤슨 박사의 ‘이완반응 이론(Relaxation Response)’에서도 긴장 사이에 짧은 이완을 넣는 것이 스트레스 대응력과 창의성을 높여준다고 하더라고요. 이 이론에 따르면, 그 순간의 행동은 몰입을 끊은 게 아니라 감각을 전환하고 감정과 뇌를 잠깐 정리하면서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회복의 시간이었던 거예요.
요즘, '나를 지키며 일하는 방법'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일이 나를 몰아가더라도, 그 속에서 내가 나를 잠깐이라도 붙잡아주는 것.
그게 중요하다는 걸 느껴요.
바쁨 속에서도, 내가 나에게 잠깐의 여유를 건네줄 수 있기를.